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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명절 혁명’

곧 설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저마다 고향으로 향한다. 대이동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귀향길은 늘 즐겁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은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분주히 발길을 재촉하는 귀성객들로 북적인다. 팍팍한 삶에다 꽉 막힌 고향 길이 고달프지만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대가족이 모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명절 스트레스다. 기혼 여성들에게는 음식 준비와 친척을 대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그 시기가 되면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명절 증후군을 겪게 된다.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시댁에 가기 싫어하는 아내와 며느리 음식 솜씨를 못마땅해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눈치를 본다. 그래서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자칫 폭력으로 번진다. ▼2023년 설 연휴 기간 접수된 가정 폭력 112 신고는 하루 평균 27.3건으로 평소(2022년 일평균 17.8건) 대비 53.4% 증가했다. 이는 2018~2022년 설 연휴에도 마찬가지였다. 설 연휴 가정 폭력 신고(일평균)는 2021년 21.3건, 2022년 24.4건, 2023년 27.3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설 연휴 가족 간 다툼이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설 풍속도 많이 변했다. 1970년대 출생자가 주축인 이른바 X세대가 중년이 되면서 ‘명절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물질적 풍요를 맛보고 개인주의가 뭔지 알며 해외여행을 과거 어떤 세대보다 많이 했다. 명절을 휴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늘어났다. 설에 지내는 차례나 제사는 이미 멸종으로 가는 문턱을 넘었을지도 모른다. 개신교 가정은 아예 지내지 않거나 가족끼리 ‘추모예배’로 대신하기도 한다. 축문을 읽는 어른들 모습은 이젠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차례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이렇게 변해 가고 있는 설 풍속을 보면서 미래의 명절은 어떨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이 시원섭섭한 것은 나 역시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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