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에서 12년째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윤만(66)씨는 올해 꿀 농사를 접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장씨가 기르는 벌통 150통 중 120통의 꿀벌들이 지난달부터 집단 실종됐기 때문이다. 장씨는 “화분떡을 비롯한 먹이와 영양제, 면역강화제까지 대량으로 구입해 놨는데 벌들이 다 죽어버려 올해 농사는 시작하기도 전에 망쳤다”고 토로했다.
강릉시 사천면 상대월리에 거주하는 양봉업자 이경빈(73)씨도 벌통 125개 중 70% 이상에서 꿀벌이 집단으로 폐사해버려 2,000만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씨는 “남아 있는 벌통에도 겨우내 지속된 눈과 비로 인해 습기가 차면서 꿀벌 개체수가 30%까지 떨어져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지었다.
강원지역 양봉농가에서 꿀벌 집단 실종 사태가 3년 연속 되풀이되고 있어 양봉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강원지회가 지난 달 강원자치도내 12개 시·군의 양봉농가 월동 벌통 피해 규모를 조사한 결과 벌통 총 5만6,317개 중 절반에 이르는 2만8,543개(50.6%)에서 꿀벌이 폐사하거나 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겨울동안 최소 4억2,000여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강원자치도에서는 2022년 7만1,000통, 지난해 5만8,000통의 꿀벌이 폐사하기도 했다.
박종호 한국양봉협회 강원지회장은 “이상기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대책 마련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원자치도는 봄철 꿀벌 집단 폐사를 대비하기 위해 총 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면역증강제 지원사업과 응애류 방제약품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안재완 강원자치도 동물방역과장은 “추경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해 꿀벌농가 피해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