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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새영화]폭로와 음모의 경계를 거침없이 스크롤하다

댓글부대

대기업 만전 비리 보도하지만
마약 기사 묻히고 오보 댓글 시작

1980

軍, 화룡반점에 갑자기 들이닥쳐
평범한 사람들의 공포감 담아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을 찾아온 글램핑장 건설 기업
타쿠미에 채용 제안을 하는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댓글부대
◇1980

영화는 때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보는 뷰파인더가 된다. 이번 주 극장에서는 온라인 댓글 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댓글부대’,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1980’을 만나본다. 절대적인 악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도 관객들을 찾아온다.

■댓글부대=실력은 있지만 허세가 가득한 사회부 기자 ‘상진’은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보도한다. 하지만 기사는 연예인의 마약 투여 기사에 묻히고 오보라는 댓글까지 올라오기 시작한다. 기사의 진위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취재원이었던 중소기업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결국 기사는 오보의 낙인이 찍히고 상진은 정직당한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에요.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보,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댓글부대’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댓글 하나로 편이 갈리며 진흙탕이 되는 한국 사회의 군상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서사는 어느새 여론 형성의 장이 돼버린 사이버 공간의 실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109분. 15세 관람가.

■1980=서울의 봄을 앗아간 12·12 군사반란. 그로부터 5개월 후인 1980년 5월17일, 전남도청 뒤편에는 화룡반점이 개업으로 분주하다. 평생 중국 음식점 수타면을 뽑던 ‘철수’의 할아버지는 드디어 문을 연 자신의 터전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재롱둥이 손주와 결혼을 앞둔 둘째 아들까지... 이제 행복한 미래만 그리면 된다고 생각하던 철수네 가족의 꿈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모두 부서진다. 화룡반점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군인들을 비추며 영화는 웃음기를 거둔다. 두려움에 떠는 단골 학생들과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시민들 사이로 동네의 일상은 무너진다. 시대는 정답던 이웃의 사이마저 갈라놨다. 영문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었을 평범한 사람들의 공포감을 영화는 고스란히 담아낸다.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 직후부터 계엄령 선포, 그리고 자행된 대규모 학살 사건을 주요 배경으로 영화는 할아버지와 부모, 그리고 손자(철수)로 이어지는 삼대가 시대의 비극 안에서 어떤 상처를 입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의 짧은 봄이 끝나기 무섭게 이어진 긴 겨울의 상흔을 되짚어본다. 99분. 12세 관람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시냇물을 식수로 쓰고, 사슴이 뛰어노는 도쿄 인근의 작은 마을. 평온한 마을의 일상은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도쿄 인근의 숲에 글램핑장을 건설하려 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주민 설득에 나선 회사는 혼자서 어린 딸 하나를 키우며 사는 타쿠미에게 글램핑장 관리자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하며 회유에 나선다. 하지만 타쿠미는 글램핑장이 들어서면 자연과 함께해 온 삶의 균형이 깨진다며 단칼에 제안을 거절한다. ‘절대적인 악은 존재하는가?’ 영화는 언뜻 자연을 지키려는 자들과 파괴하려는 자들의 대립으로 읽히지만, 인물들의 예측할 수 없는 선택들이 이어지면서 궁극적인 주제를 나타낸다. 타쿠미를 설득하러 가는 회사 직원들은 얼핏 악인 같지만 인물들의 대화와 표정을 통해 영화는 누군가에겐 나쁘게 비치는 행동이라도 반드시 악의가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 눈 쌓인 숲길, 얼어붙은 호수 등 자연의 풍광과 인물들을 관찰하는 듯한 롱테이크 연출기법 사이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 본다. 106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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