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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환자 뒷전인 醫-政 간 대치 국면, 이제는 멈춰야

전국의대교수협, 증원 재검토 정부에 요청
의료 공백으로 환자 피해 갈수록 커져
환자 볼모로 집단 투쟁, 정당화될 수 없어

총선 후 해결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의(醫)-정(政)’ 간 갈등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는 2,000명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의대생들은 내년 대입 전형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하지 말라며 가처분 소송을 예고하는 등 의료계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강원대, 한림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가톨릭관동대를 포함한 전국 모든 의대 교수협의회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17일 8차 성명을 내고 “의료계의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며 정부에 의료계와의 신속한 대화를 촉구했다.

여기에다 전국 32개 의대생 1만3,000여명이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법원에 ‘의대 증원을 중단시켜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의-정 간 대치 국면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우선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도 의료계와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2,000명 증원을 양보할 수 없다면 대화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없다. 대화하자는 시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양측 다 겉으로는 대화하자고 하지만 ‘2,000명 증원 불변’과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서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니 협상이 되기 어렵다. 의료계는 환자와 국민을 위협하는 사표 제출을 철회하고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신축적인 입장을 취해 나갈 때 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오는 25일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다. 그렇게 되면 근근이 유지돼 오던 응급·중환자 의료체계는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의-정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남아 있는 의사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는 상태이고, 의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자신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면서 환자들이 고통을 겪으며 불안해하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특히 전공의들이 떠난 이후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도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 집단 투쟁을 벌이는 것은 노조의 불법 파업보다 훨씬 중대한 사안이다. 이는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의사면허는 국가 자격증이다. 냉철하게 돌이켜보면 의대 정원은 중장기 의료 수요를 감안해 국가가 정하는 것이지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왔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5명(한의사 포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사들이 국민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라면 국민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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