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50만
경제일반

[글로컬 주(酒) 스토리] 2화. 알기 쉽게 이해하는 위스키 분류법

다채로운 아로마와 맛이 존재하는 위스키
국가별, 재료별 분류 가능…스코틀랜드, 미국, 아일랜드, 캐나다, 일본 등 명성
전세계 시장 대부분은 블랜디드…싱글몰트 시장은 계속 확장 중

정한호 콜라블 대표

“위스키 맛이 다 똑같지 않나요..?” 혹자는 위스키가 모두 같은 맛 아니냐며 묻곤 한다. 그러나, 위스키에도 다채로운 아로마와 맛이 존재하는데, 이를 더욱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다양한 위스키의 종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스카치 위스키 시바스 리갈(Chivas Regal)>

발렌타인(Ballentine’s), 조니워커(Johnnie Walker), 로얄 살루트(Royal Salute), 시바스 리갈(Chivas Regal)은 평소 위스키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모두 알만한 대표적인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다. 제품 라인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해당 브랜드의 제품은 대부분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로 분류된다. 위스키의 풍미는 국가, 재료, 숙성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즐기는 블렌디드 위스키는 대중적이고 익숙한 스타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위스키를 모두 같은 맛으로 인지한 것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싱글 몰트(Single Malt)의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위스키의 매력이 펼쳐지게 되는데, 이에 앞서 술의 분류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술은 크게 발효주와 증류주로 구분된다. 발효주는 곡물이나 과실로 만들어지며 맥주, 막걸리, 와인 같은 술이 대표적인 발효주이다. 이런 발효주에서 순도 높은 알코올을 분리하는 증류 작업을 거쳐 증류주가 탄생하게 되는데 한국인의 술인 소주부터 위스키, 보드카(Vodka), 브랜디(Brandy) 등이 대표적인 증류주이다. 증류주는 발효주 대비 깔끔한 맛과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난 특징이 있어 술꾼들에게 특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알기 쉽게 이해하는 위스키의 분류

위스키는 크게 국가별, 재료별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국가에 따른 분류법을 살펴보자. 전 세계 수많은 위스키 생산지 중에서도 스코틀랜드, 미국, 아일랜드, 캐나다, 일본이 가장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도 카발란(Kavalan)을 필두로 품질 좋은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으며, 내수에서 주로 소비되던 인도 위스키도 적극적인 수출에 나서고 있어 조만간 새로운 흐름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명칭은 보통 각 국가 이름 그대로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Irish Whiskey), 재패니즈 위스키(Japanese Whisky)로 부르게 된다.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바로 국가별 Whisky와 Whiskey의 철자를 다르게 사용한 점인데, 왜 그렇게 됐을까?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스코틀랜드, 일본에선 Whisky라 부르고 미국, 아일랜드는 Whiskey라고 한다. 이렇게 각기 다른 철자를 사용하게 된 데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오늘은 아일랜드에서 영향 받은 미국은 Whiskey라는 철자를 쓰고, 일본은 스카치 위스키를 표본으로 태생했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철자인 Whisky를 사용한다고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자. 그다음은 재료에 따른 분류법을 알아보자.

■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분류

• 몰트 위스키(Malt Whisky): 100% 몰트를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

•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 보리, 옥수수, 호밀 등을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

•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Blend)한 위스키

■ 미국의 위스키 분류

•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 옥수수를 51% 이상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

• 라이 위스키(Rye Whiskey): 호밀을 51% 이상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

• 몰트 위스키(Malt Whiskey): 몰트를 51% 이상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

버번 위스키의 대표 주자인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

몰트(맥아, Malt)는 싹을 틔운 보리, 즉 보리를 발아한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몰트 위스키(Malt Whiskey)는 보리 100%로 만든 증류주로 생각하면 된다. 보리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옥수수, 호밀, 밀이며 보리가 아닌 다른 곡물로 만든 위스키를 통칭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ey)라고 부른다. 보통 그레인 100%로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고 몰트와 혼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위스키를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칭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중에 블렌디드 위스키가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위스키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미국의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는 어떤 재료를 사용할까? 미국은 사용한 주원료의 비율이 51%만 넘으면 그 이름을 위스키에 사용하는데 버번 위스키는 그중에서도 옥수수를 주원료로(51% 이상) 사용했을 때 부르는 용어다. 보리차와 옥수수 수염차의 맛이 다르듯이 어떤 원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과 명칭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엔 호불호는 있지만 호밀을 주원료로(51% 이상) 만든 라이 위스키(Rye Whiskey)도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사용하는 재료가 각기 다른 건 지역적인 차이 때문인데 보통은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 즉 잉여 농산물로 술을 만들기 시작한 역사적 사실과 닿아있다. 쌀이 풍부한 한국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만들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동일하게 요새 유행하는 멕시코의 데킬라는 아가베(Agave)라는 식물, 럼(Rum)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분으로 만들어지며 모두 인근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술이 만들어진 공통점이 있다.

◾ “싱글몰트 위스키는 모두 맛있을까?”

많이는 들어봤어도 의외로 정확한 개념은 모르는 용어가 바로 싱글몰트(Single Malt)다. 싱글몰트는 하나의 증류소에서 생산한 몰트 위스키를 의미하는데 글렌피딕(Glenfiddich·싱글몰트의 시초인 글렌피딕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몰트다)과 맥켈란(Macallan)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개성 있는 개인 음식점 중에 맛집도 있고 아닌 곳도 있는 것처럼 모든 싱글몰트가 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훌륭한 품질의 싱글몰트 위스키가 많이 생긴 덕분에 세계적인 위스키 열풍이 이어질 수 있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개별 증류소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 만큼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개성이 강한 편이다. 과거엔 이런 개성이 장점으로 인식되지 않아 대부분 원액을 대형 블렌디드 업체에 판매하곤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품질도 개선되자 각 증류소별 제품이 히트를 치기 시작했는데, 대기업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형태로 납품하던 공장이 자체 상품으로 독립해 성공한 사례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싱글몰트의 시초는 글렌피딕으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몰트다.

물론, 아직까지 전 세계 위스키 판매량의 대부분은 블렌디드 위스키지만, 앞으로 싱글몰트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싱글몰트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섬의 라가불린(Lagavulin) 증류소

오늘은 첫 번째 위스키 주제였던 만큼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개념적인 이야기를 전달해 봤다. 이어지는 위스키 편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위스키 브랜드를 소개하고 이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테이스팅 팁과 함께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