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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고성 산불 소상공인 앞 ‘잔인한 5년’…복구비 대출 원금 상환 시작

사업장 1곳당 2억씩 지원 5년 거치 종료
수십~수천만원씩 매월 갚아야 하는 실정
고성산불비대위 도지사 면담 요청 예정

2019년 고성 산불로 피해를 입었던 A(71·고성군 토성면)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산불 피해 당시 지원 받은 대출금 5,500만원의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군인용품점을 운영 중인 A씨가 앞으로 3개월 단위로 내야 하는 원리금은 280만원. 매월 90여만원씩 마련해야 한다. A씨는 “경기도 좋지 않아 겨우 먹고 사는데 집을 팔지 않는 이상 빚을 갚을 방법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고성 산불 피해 소상공인들은 요즘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감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있다. 사업장 복구를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대출금의 5년 거치 기간이 끝나고 이달부터 5년간 원리금 상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6일 강원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산불 발생 당시, 소상공인 지원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고 대출 기간도 5년에서 10년(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까지 파격적으로 늘렸다. 금리(1.5%)는 강원도가 전액 부담했다. 하지만 2019년 산불 이후 곧바로 코로나19가 이어졌고, 고물가·고금리에 체감 경기가 크게 악화됐다. 지난 5년간 극심한 영업난을 겪는 등 상환 능력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에서 2019년 산불 피해 소상공인들의 원리금 상환이 시작된 것이다.

고성군 토성면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65)씨는 올 상반기부터 원리금으로 매월 2,000만원 가까이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사업장 여러 동이 전소돼 중기부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9억원 정도였다. B씨는 “코로나19로 수년 간 영업도 제대로 못했고, 지금도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은데 매월 수천 만원씩 어떻게 갚을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2019년 고성 산불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대출을 지원 받은 소상공인 사업장은 226곳, 323억원이었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지원된 자금도 170억원 정도 잔액이 남아 있다.

속초지역 산불 피해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5월 강원지방중소벤처기업청을 방문해 대출 기간 연장 등을 건의했다. 하지만 중기부 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회는 조만간 김진태 도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다.

노장현 고성산불비대위원장은 “피해 소상공인 연령대가 대부분 60대 이상인데 집, 사업장을 팔거나 경매로 넘어갈 처지에 놓인 사례가 적지 않다”며 “원금 상환 유예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