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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특별기고]정조, 복숭아꽃 3천송이 바친 효성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어머니날로 출발했지만, 양친을 다 기리자는 의미에서 1973년 어버이날로 변경되어 지금에 이르니, 어버이날로는 오늘이 꼭 52회가 되는 날이다. 어버이날의 기원은 미국의 안나 자비스로부터 시작된다. 남북전쟁 중 자식을 잃은 여성들을 위로하며 평생을 사신 어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08년 5월10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앤드류감리교회에서 기념 추도식을 거행한 것이 오늘날 어버이날의 효시다. 그녀가 당시 교인들에게 나눠준 500송이의 카네이션은 그 후 어버이날의 대표 꽃으로 각인되었는데 하얀 카네이션은 어머니의 사랑과 자비, 순수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꽃에 얽힌 효자 임금의 사연이 있다.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그 주인공이다.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27세의 젊은 나이로 7월 한여름, 땡볕에 놓인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굶어 죽고 만다. 정조는 왕위에 오르자 아버지 사도세자에게 장헌세자라는 존호를 올리고 묘도 1789년 현재의 화성으로 옮겨 현륭원으로 승격시켰다.

정조는 한양에서 수원까지 11년간 열두 번을 내려와 제를 올렸다고 하는데, 아무리 왕이라 가마를 탔다고 하여도 지극한 효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수원화성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지지대고개’라고 있는데, 한양으로 올라가는 정조가 이 고개를 넘으면 더 이상 능을 볼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겨 자꾸만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지체했다 하여 ‘더딜 지’를 두 번 써서 ‘지지대고개’라 불렸다고 한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의 회갑을 맞이하여 정조 19년 2월, 8일간 아버지 묘인 현륭원을 행행하고 돌아오며 화성행궁에서 어머니의 회갑연을 차려 드린다. 이 장면이 그림으로 그려진 게 ‘봉수당진찬도’이며 보물 제1430호로 지정된 ‘화성행행도’ 병풍 8폭 중에 하나다. 정조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한지에 연분홍 물감을 들여 복숭아꽃 3,000송이를 잔치의 모든 식탁 위에 올렸는데 지금도 창경궁 경춘전에서는 정조의 지극한 효성을 기리고자 복숭아꽃이 만개할 즈음이면 ‘정조의 꽃’ 행사를 벌인다. 아무리 임금이지만 진심이 없으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지난 1일 열린 도교육청 월례조회에서 나는 3일간의 연휴기간 동안 부모님과 동행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직원들이 있는가를 물었다. 거의 손을 들지 않았다. 나는 직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드렸다.

“우리가 부모님께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부모님은 절대 자식들에게 서운해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부모도 자녀들에게 서운해하시고 또 생물학적으로 매우 연약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로 많은 행사가 있다. 365일이 어린이날이 되어야 하듯, 역시 어버이날도 365일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서울 어느 구청의 젊은 직원들이 나와 부모님께 전화드리는 영상을 직원들과 공유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최근 부모님께 언제 전화드렸느냐는 PD의 질문에 한없이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밀어 올리며 기록을 찾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눈물을 쏟고 마는 영상을 보며, 새삼 공기와도 같아서 옆에 계신지 느끼지도 못하지만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인 부모님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양친을 일찍이 여의었고 93세 되신 연로한 장모님 한 분이 계신다. 한 분이지만 양친과 장인어른까지 나에겐 네 분 부모님의 총체시다. 자라나는 우리 강원의 아이들이 ‘효(孝)’가 더 이상 낡은 구시대의 유물이라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효’를 인성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실천적 품성으로 여기며 그 바탕에서 더 바른 인성으로 마음껏 꿈을 펼치도록 교육감으로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이번 주말엔 농장에 나가 복숭아나무 열 그루만 심어야겠다. 내년에 피어날 연분홍 꽃잎을 부모님 보듯 애틋이 바라보며 어루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