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밤, 유난히 크게 들리는 시계 소리. 귓전을 때리며 걸리적거리는 미세한 소음에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듣지 말아야지” 하고 자기 최면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이상하리만치 그 소리는 더 또렷하게 들려온다. 여기에 누군가 신경 쓰지 말라는 조언까지 보태진다면, 나의 공간은 온통 ‘째깍’ 하는 소리로 채워진다. 결국 참지 못하고 시계의 건전지를 빼버린다. ▼1987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는 특정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마다 오히려 그 생각이나 이미지가 떠오르는 현상을 밝혀내기 위한 실험에 나선다. 다니엘 웨그너는 A·B 두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A그룹에게는 백곰을 생각하라는 지시를, B그룹에게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가 그것. 그리고 5분 동안 백곰이 생각날 때마다 종을 쳐 달라고 한다. A·B그룹 모두 백곰을 생각하며 종을 쳤지만, 생각하지 말라고 한 B그룹이 오히려 종을 치는 횟수가 많았다. ▼‘백곰효과’로 알려진 이 실험은 생각을 제한하거나 억제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더 자주 떠오른다고 해서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 증거는 수도 없이 찾아낼 수 있다. 실연을 당한 후 잊으려고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해도 오히려 상대방의 이목구비가 더 또렷하게 떠올랐던 괴로움 그리고 다이어트를 하면서 야식으로 치킨을 먹지 말아야지 하지만 치킨을 시켜 먹은 경험이 그것이다.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공황장애가 온 듯한 배우 고윤정의 모습은 직전에 있었던 매니저의 “떨리냐”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 사람들에게 이식된 심리적 프로세스가 잊지 말라고 하면 더 또렷하게 기억하는 방향으로 설계, 작동되고 있는데 그것을 무슨 방법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시계의 건전지를 빼내는 순간, 결단의 시간이 필요하다. 검찰 인사가 답이 될 수 없다. 결자가 해지해야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