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문화일반

[생물이야기]벼룩도 낯짝이 있다 <1248>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벼룩 불알만 하다”란 크기가 매우 작음을, “벼룩 꿇어앉을 땅도 없다”란 자기가 부쳐 먹을 땅이라고는 조금도 없음을 말한다.

그리고 “벼룩도 낯짝이 있다”란 지나치게 염치가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벼룩의 간(선지) 내먹는다.”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서 금품을 뜯어냄을, “말에 실었던 짐을 벼룩 등에 실을까”란 힘과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울 수는 없음을, “벼룩의 등에 육간대청을 짓겠다.”란 벼룩의 좁은 등에 여섯 칸이나 되는 넓은 마루를 짓겠다는 뜻으로, 하는 일이 이치에 어그러지고, 도량(度量)이 없음을, ‘뛰어야 벼룩’이란‘뛰어 보았자 부처님 손바닥’과 같이 도망쳐 보아야 크게 벗어날 수 없음을, ‘개털에 벼룩 끼듯’이란 좁은 데에 많은 것이 득시글득시글 몰려 있음을 비꼰 말이다. 벼룩 한 마리로 두루 온 세상을 읊는구나!

벼룩은 사람벼룩(human flea) 말고도 쥐벼룩·․개벼룩․고양이벼룩을 비롯하여 포유류(족제비․다람쥐․오소리․박쥐)나 새들에도 기생(더부살이)한다. 이것은 흑사병(pest)이나 발진열을 퍼뜨리는, 몸 밖에 얹혀사는 체외기생충이다. 벼룩에 뜯긴 자국은 모기에게 물린 것과 똑같고, 벼룩이 침에도 히스타민(histamine)이 들어있어서 이것이 알레르기(allergy) 반응을 일으켜 무척 가렵다. 사실 벼룩 놈이 오죽 사람을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는지 모른다.

사람벼룩은 벼룩과의 소형곤충으로 몸길이 1.5~3.3mm이며 암컷이 수놈보다 좀 크다. 사실상 건성건성(어물쩍) 보아 벼룩 찾기란 풀밭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늘 득시글득시글 들끓는 벼룩과 함께 살았기에 요행이 벼룩을 볼 수 있었다. 빠끔 구멍 난 창문 구멍으로 아침햇살이 들 때,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얼굴을 방바닥에 바투(썩 가까이) 대고, 눈알을 부라려(부릅뜨고)보면 햇빛에 되비친(반사된) 벼룩이 비로소 겨우겨우 눈에 띄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