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노벨물리학상은 아토초 과학시대를 연 미국의 피에르 아고스티니, 독일의 페렌츠 크라우스, 스웨덴의 앤 륄리에 교수 등 3인이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는 물리학을 포함해 다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평화상을 제외하면 물리와 화학 쪽은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가난하고 못 배워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제 한국은 과거의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아닌 G7 국제회의에 초청돼 가는 경제 강국이자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 정부 들어 “R&D 예산은 과학카르텔이 나눠 먹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과 2024년 관련 예산을 5조원 가까이 삭감한 것,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틀막사건 등이 이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대표적인 연구소에는 미국의 페르미 연구소가 있다.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 페르미의 업적을 기리며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양자역학을 디렉방정식에 접목했으며, 표준모형의 쿼크와 랩톤을 페르미온입자라 하는데, 이 역시 그의 공적을 기리는 것에서 명명된 것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나치정권의 출현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망명하고 미국 정부는 이들을 적극 수용하고 지원함으로써 현대물리학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독일의 막스 프랑크 협회는 카이저 빌헬름 학회를 1948년 물리학자이며 동 단체의 회장이었던 막스 프랑크의 이름으로 개칭한 것이다. 흑체복사를 연구하던 막스 프랑크는 “에너지는 양자단위이다”라는 사실을 파악해 프랑크상수 공식을 세우고 양자역학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협회는 비정부·비영리 과학연구기관으로 80여개의 산하 연구소를 유럽에 분산해 천문학, 뇌과학, 화학, 진화생물학, 심지어 사회과학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 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연구소는 정부의 전폭적이고 넉넉하고도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간섭은 최소화하며, 운영은 자율성이 보장돼 투명성과 국제적인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따뜻한 물리학자’를 주장하는 김상욱 박사와 학문의 융합, 그리고 평화와 공생을 언급하는 생물진화학자 최재천 교수와의 대담에서 과거 유학 시절의 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지도교수가 법학과 학생들에게 과학을 열심히 강의했는데, 이에 대학원 제자들의 “과학과 관련이 없는 그들에게 왜 그렇게 열정을 쏟아 붓느냐?”라는 질문에 지도교수는 “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되면 과학을 몰라서 예산삭감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취지의 답을 하였다고 한다. 마침 이번 총선에서 천체·우주를 전공으로 하는 여성 물리학자가 당선됐다.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고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과 과학계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상호 교감하고 실행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리하여 한국이 합리적이고 휴머니즘적인 과학적인 가치가 보편화되고 기술·과학 강국으로서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 해결 등에도 기여해 화학·물리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