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대 석탄 탄광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국영석탄공사 태백 장성광업소가 개광 8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7월1일 폐광을 앞둔 장성광업소는 1936년 채탄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약 9,400만톤의 석탄을 생산하였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민 연료였던 연탄을 공급해 한강의 기적 경제산업화에 기여했고, 연료 전환을 통해 산림녹화의 신화를 창출했다. 석탄산업 극성기의 태백시 인구는 최대 13만명을 기록하며 지역 발전의 근간으로도 작용했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한 폐광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제 3만명 후반대 인구만이 태백을 지탱하고 있다. 마지막 탄광 장성광업소 폐광의 상흔은 깊을 것이다. 태백시 인구를 얼마까지 줄어들게 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소멸위기에 직면한 지역을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고, 머물며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조금은 늦었지만 지금 그 과정에 있고, 정부의 예비타당성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에너지 종가를 미래에너지 성지로 만들기 위한 ‘청정메탄올 거점’ 조성이 그것이다. 뜨거워지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을 만드는 것이다. 청정메탄올은 에너지 종가 태백의 변신으로 가장 적절한 미래 먹거리다. 백두대간의 풍부한 바람과 산림자원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주변에서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활용하게 된다. 생산된 청정메탄올은 선박연료로 활용되어, 탄소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선진국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올해 안에는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대체산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일자리가 태백에서 창출될 것이다. 기존 다른 사업들의 사례가 시사하듯 사업이 선정된 이후에도 많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몇 년 동안 꺼져 가는 지역을 지탱할 마중물이 필요해 태백시와 강원도는 ‘고용위기대응지역’ 지정을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고용위기대응지역 지정이 성사되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도 추진할 것이다.
고용·산업 대응지역은 조선업과 자동차업 등이 어려움을 겪자 서·남해안지역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범부처가 합동하여 신속하게 지원한 제도다. 그러나 폐광지역의 지정 요청에 정부는 머뭇거리고 있다. 과거 사례를 통해 석탄 광산의 폐광은 조선과 자동차 도시보다 더 지역에 큰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험적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위기가 왔다는 것에 대한 빠른 인식과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근로자 생활안전망 확충, 재취업 및 창업 지원, 고용 안정 지원, 소상공인 자금 보조·융자 등 대체산업이 자리 잡기 몇 년 동안 지역경제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이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숙련된 경제인구를 막는 예방적 차원에서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한번 빠져나간 인구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정메탄올 등 새로운 대체산업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렸을 때를 고려하여 지역 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대체산업이 추진되어도 제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좋은 교통망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람과 제품이 효율적으로 다닐 수 있는 광역교통망 조성이 간절한 이유다. 기업과 사람을 만나면 폐광지역은 현재 교통여건으로 어떤 지원에도 찾아오기 힘든 지역이라 말하는 이들이 많다. 수년간 답보 상태인 제천~삼척 고속도로를 국가재정으로 빠르게 추진하여야, 대체산업인 제조업도, 관광을 통한 사람들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와 태백시는 새로운 에너지 종가의 부활을 위한 여정에 서 있다. 정부도 국가에 대한 지역의 기여에 이제 다시 응답해 주기를 바란다.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국가에도 큰 기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근 100년간 막장에서 검은 황금 석탄을 캐냈던 것처럼, 태백에서 미래 황금알을 다시 만들어 낼 것이다. 태백시의 새로운 도전을 힘차게 지원하고 응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