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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추석 ‘한복’에 대한 단상

심오섭 강원특별자치도의원

우리 민족이 19세기 말 유입된 서구 양식의 옷을 입기 전까지 오랜 시간 입고 생활했던 의상을 ‘한복(韓服)’이라고 한다. ‘한복’은 ‘한국복식(韓國服飾)’의 줄임말로 서구에서 유입된 ‘양복’ 즉 ‘서양복식’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우리가 한복을 입은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르지만 ‘한복’이라고 부른 것은 불과 100년 남짓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복이라는 이름이 없을 때는 어떻게 불렀을까? 바로 옷의 형태와 기능에 따라 치마, 저고리, 적삼 등의 개별적인 이름으로 불렀다.

지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구에서는 한복을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의 한 부류로 인식하고 ‘기모노 꼬레’라고 불렀다. 그러던 1993년,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패션쇼 프레타포르테에서 이영희 디자이너가 최초의 한복 패션쇼를 열었다. 이때 모든 관람객과 전문가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에 큰 호평과 찬사를 보냈고, 다음 날 ‘르몽드’지 3면에는 이영희 패션쇼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한국의 전통의상을 ‘한복(Hanbok)’이라고 소개했다. 이때부터 한복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사극의 인기와 더불어 한복이 더욱 알려지게 됐고, 한류가 확산된 현재는 한복이 한국의 아름다운 고유의상이라는 인식이 정착됐다.

특히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이 공모를 통해 지역 한복문화창작소를 지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강릉시와 부산광역시, 전주시, 상주시, 보성군이 선정돼 지역의 한복 문화 확산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대의 한복은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담은 전통한복과 더불어 일상에서 쉽게 구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신한복 또는 생활한복의 생산과 보급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의 각종 문화행사 시 한복 입기를 권장하고 기념일이나 명절에 한복 입기가 자연스러운 문화로 다시금 정착할 수 있도록 각계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가 한복의 발전과 확산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원특별자치도 한복입기 활성화 지원 조례’를 발의해 지난해 12월 제정했다. 이어 올 1월에는 강릉시가 도내 자치단체 중 최초로 ‘강릉시 한복문화 활성화 조례’를 제정, 한복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적 토대를 마련했다.

강릉에는 현재 강릉한복문화창작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한복 활성화 노력과 한복에 대한 높은 시민의식이 하나가 되고 여기에 시가 적극 지원한다면 강릉은 머지않아 매우 특별한 한복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량한복’이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개량은 ‘나쁜 점을 보완하여 더 좋게 고친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따라서 ‘개량한복’은 무언가 부족하고 뒤떨어진 부분을 개선해 만든 한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복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하면서 시대적 특징과 지역적 환경, 원단의 종류와 특성을 기반으로 미적 아름다움이 더해져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의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따라서 기존 전통한복의 바탕 위에 이 시대의 환경과 특성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지는 한복은 ‘개량한복’이 아닌 새로운 한복 즉 ‘신한복’ 또는 일상에서의 편리성을 담은 ‘생활한복’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곧 추석이다. 설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 한복으로 한껏 맵시를 뽐내는 아름다운 모습이 넘실대는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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