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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사람 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 자립’

[기후위기, 해법을 제시한다]
①독일의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를 가다

세계 환경 수도라 불리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심에는 열을 식히는 수로가 흐르고 시청사를 비롯한 건물 외벽과 지붕엔 태양광 패널이 있었다. 시민들은 자동차 엑셀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소비에 있어서도 친환경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사진은 프라이부르크 에코스테이션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24만 명의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Freibrug)’. 광대한 침엽수림 ‘흑림’과 ‘드라이잠강의 맑은 물줄기 사이로 태양이 내리쬐는 도시는 세계의 ‘환경 수도’로 불린다. 친환경 도시의 시작점은 탈원전이었다. 1970년대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이 독일 정부의 원전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며, 도시는 ‘에너지 자립’을 도시의 목표로 삼았다. 1979년 세계 최초로 태양광 패널이 설치한 데 이어 독일 최초로 시에 환경국을 설립하며 1987년에는 ‘녹색도시’로 전환을 선포했다. 에너지 전환과 절감을 향한 프라이부르크의 여정은 친환경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세계 환경 수도라 불리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심에는 열을 식히는 수로가 흐르고 시청사를 비롯한 건물 외벽과 지붕엔 태양광 패널이 있었다. 시민들은 자동차 엑셀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소비에 있어서도 친환경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사진은 프라이부르크 구도심 일대.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프라이부르크의 상징인 시청사. 건물 전체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태양열로 생성된 에너지는 청사 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도시 에너지의 15% 태양열로 전환

프라이부르크의 또 다른 이름은 ‘태양 도시’다. 연평균 일조시간이 1,800시간에 달하는 기후 특성을 이용해 도시는 태양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시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를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는 프라이부르크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5%를 충당한다.

2017년 완공된 프라이부르크 시청 신청사는 ‘태양 도시’의 이점을 극대화한 건축물이다. 건물 외벽 전체에 설치된 태양광판을 통해 시청은 청사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충당하고, 남는 에너지를 판매해 수익을 남긴다. 에어컨 등 냉난방 기기도 찾아볼 수 없다. 지하수를 가열 또는 냉각해 청사 내부에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건물 내부의 온도를 조절한다.

프라이부르크대학의 신 도서관 역시 건물 지붕에 2,000㎡의 태양광 발전판을 빼곡하게 설치했다. 전기 화학적으로 처리된 크롬강과 유리로 구성된 건물 벽면은 빛을 반사하며 일조량을 극대화한다. 도서관 내부에도 자동 점등되는 에너지 절약형 LED 조명을 설치, 구 도서관에 비해 최대 65%의 에너지를 절약했다. 공공기관은 물론 각 가정에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내 자전거 도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자동차 엑셀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민들.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차가 사라진 도시, 자전거의 천국 되다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도로를 가득 메운 자전거 행렬이다. 자동차보다 빼곡하게 늘어선 자전거 주차장의 풍경은 ‘차 없는 도시’ 프라이부르크의 현주소를 나타낸다.

프라이부르크의 교통정책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도시의 고민에서 탄생했다. 다수의 주변국이 고속도로 건설에 열을 올리던 1972년, 프라이부르크는 ‘자동차억제정책’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도시 중심가에는 승용차의 진입이 제한됐으며, 트램과 버스 노선을 정비해 생활권을 촘촘히 이었다. 시내 모든 주택가에서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속 30km/h로 제한했으며, 현재까지 400㎞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충했다.

2024년 기준 프라이부르크 내 자전거는 25만여 대로 추산된다. 인구수(2023년 기준 23만7,244명)보다 많은 자전거를 수용하기 위해 도시 곳곳에서는 자전거 주차장이 설치됐다. 초등교과 과정에서 자전거 면허증을 취득하고 자전거 수리법을 배우는 교육 방식 역시 프라이부르크의 자전거 사용률을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다. 녹색 도시를 꿈꾸던 시민들의 동참으로 프라이부르크의 자전거 교통분담비율은 30%에 달한다.

독일 유기농 매장인 alnatura에서 병을 재활용하는 모습.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프라이부르크컵 서비스. 플라스틱 컵을 1유로에 대여하고 반환 시 다시 돌려준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친환경 도시의 성공 비결은 시민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정책은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로 완성된다. 이들은 지역에서 생산한 식료품을 판매하는 친환경 매장에소 포장되지 않은 농산물을 구매하며, ‘세컨핸즈’ 매장을 통해 자원의 선순환을 주도한다.

다회용기 보증금제도에 대한 참여도도 높다. 프라이부르크 내 카페들은 포장 고객에게 다회용기 ‘리컵’을 제공한다. 시민들은 1유로(한화 약1,400원)의 보증금으로 내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데 반환율은 85%에 달한다. 공병을 모아 슈퍼마켓에서 보증금을 돌려받는 풍경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친환경에는 불편하고 비싸다는 꼬리표가 따른다. 하지만 자연과 삶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은 기꺼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늘리고자 하는 프라이부르크의 목표 아래 시민들은 기꺼이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삶을 이어간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인근에 있는 공영자전거주차장인 Radstation.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시민의 요구과 사회의 인프라, 평행으로 움직여야

언제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 프라이부르크. 도심 중앙역에 위치한 공영 자전거 주차장 ‘라드스테이션(Rad station)’은 자전거 도시 프라이부르크의 상징이다. 지난 4일 이곳에서 라드스테이션의 관리자 페어난도 슈버(Fernando Schüber) 씨를 만났다. 1999년 건립 당시부터 라드스테이션을 지켜온 그와 프라이부르크의 자전거 정책을 살펴본다.

라드스테이션(Rad station) 관리자 페어난도 슈버(Fernando Schüber) 씨.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라드스테이션(Rad station)의 역할은 무엇인가=“1999년 지어진 라드스테이션(당시 ‘모빌레’)은 자동차나 트램에서 내린 이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환승시설이다. 자전거 바퀴 모양을 닮아 둥근 형태로 지었다. 건물 1층에는 자동차 주차장이, 2층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데 1,000대의 자전거를 수용할 수 있다.”

■하루 평균 몇 대의 자전거가 이곳에 보관되나, 건립 초기에 비해 사용자는 얼마나 늘어났나=“첫 기차가 운행하는 오전 5시부터 새벽 1시30분까지 라드스테이션에는 일평균 2만여 대의 자전거가 드나든다. 도시의 발전에 따라 자전거 시설 기반도 함께 발달하면서 자전거 이용자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인근에 있는 공영자전거주차장인 Radstation.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프라이부르크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자전거 주차장을 찾아볼 수 있다. 주차장 건립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다면=“별도의 규정은 없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경험을 우선으로 한다. 주차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모이면 시설을 짓는 식이다. 이곳에서는 정책결정자인 정치인들 역시 자전거를 이용하기에 의사결정 과정은 신속한 편이다.”

■프라이부르크가 대표적인 자전거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의 요구과 사회의 인프라 평행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자전거 도로 및 주차장 확충을 위한 도시의 투자가 필요하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투자비용에 몰두하기 보다는 자전거 이용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주는 영향 생각해야한다.”

기존 Radstation의 문제점으로 자전거 이용객들의 접근성 부족이 제기된다. 현재 위치한 곳이 중앙역 플랫폼과 거리가 있고, 자전거를 갖고 엘레베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중앙역 플랫폼 옆에 주차된 자전거들. 독일 프라이부르크=신세희기자

■프라이부르크의 자전거 이용률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다면 라드스테이션 확장에 대한 계획이 있나=“현재 접근성,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로 라드스테이션의 40% 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리모델링에 착수할 계획인데 전기자전거 충전소 확충 등 실패요인을 답습하지 않을 예정이다. 자전거 이용자의 만족도 빠르게 충족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김오미기자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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