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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조선 왕실의 숲을 가다]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명약, 하늘이 내린 산삼을 지키는 땅

(7)인제 마산1·2리 산삼봉표

인제군 상남면 미산1리 산삼봉표. 산삼과 관련된 봉표는 국내에서는 강워도 인제 지역에서만 발견됐다.
인제군 상남면 미산2리 산삼봉표. 내린천 옆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인제 산삼봉표

최고의 명약은 아마도 산삼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의 전설에 등장하는 산삼은 죽은 사람도 살리는 약으로 나온다. 산삼의 우리말은 ‘심’이다. 산삼을 캐는 사람은 심마니 라고 불리며 또 삼을 발견했을 때 ‘심봤다’라고 외치며 하늘이 내려준 산삼을 채삼부터 소중하게 대접하곤 했다. 산삼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 문헌으로, 양나라 도홍경(陶弘景)이 지은 의학서적 《신농본초경집주》, 《명의별록》에 3국의 산삼을 언급하고 있다.

《양서 梁書》 본기(本記)에 무제(武帝) 때 백제 무령왕이 산삼을 조공으로 바쳤다는 기록과 진(陳)의 《국정백록 國政百錄》에는 고구려가 미역과 산삼을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나라《책부원구》에는 627년 신라 진평왕이 고조에게 산삼을 바쳤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 문헌으로 가장 먼저 산삼이 등장하는 것은 김부식의 《삼국사기》다. 신라 소성왕 1년 길이가 9척이나 되는 산삼을 당나라에 진상하였으나 덕종이 보고 산삼이 아니라며 받기를 거절했다고 나온다. 고려 고종때의 《향약구급방》 중 〈방중향약목〉에 산삼을 한국 고유의 약재로 기록했다. 662년 문무왕때 나당연합군 편성을 기리는 차원에서 산삼 200근을 당나라에 전달했다는 전한다. 1009년 현종 원년 아랍상인들과 고려인들이 산삼을 거래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세종실록지리지》에는 전국 329개의 군현 중 113개소가 산삼을 공납물로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 측 문헌으로 서기 739년 쇼무천황 11년, 발해 문왕이 국서와 산삼 30근을 도다이사(東大寺)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과거 산삼의 주산지는 중국 동북 3성 지역과 한반도, 연해주 일부였다. 우리나라의 특산물이었던 산삼도 중국에 알려지면서 산삼은 중국과의 대표적인 거래품으로 자리잡게 된다. 중국은 한국을 대표적인 산삼의 주산지로 보았으며 각종 공물 목록에 산삼을 포함시키는 일이 많았다. 발해는 일본과의 외교 예물로 산삼을 보내기도 했으며, 이후 산삼은 예물이자 교역품으로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다.

이후 중국 및 고려 조정에서 요구하는 산삼의 양은 점차 많아졌고, 수량을 맞추기 위해 백성들은 고되게 산삼을 찾아나서야 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백성들은 공납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는 사태까지 생겼으며, 이런 와중에 산삼 채집의 수고를 덜고자 일부 주민들이 인위적으로 산삼 씨앗을 파종, 인삼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제 미산리에 있는 산산봉표는 산삼을 재배하는 곳인지, 천연 산삼 서식지인지는 알 수는 없다.

▷미산1리 산삼봉표

미산1리와 2리에 2개의 산삼봉표가 있다. 産參可峴山 西標(산삼가연산 서표) 7글자의 같은 글씨가 새겨있다. 아마도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인제군 상남면 마산리 100-1번지에 소재한 산삼금표는 개인약수로 넘어가는 약수교를 지나자 마자 오른쪽에 있다. 자연암벽 가로 2.6m, 세로 1.8m에 산삼 가연산 서표 7자가 두줄로 새겨져 있다. 조선초기 마을 주민들이 국가에 공삼을 위한 채삼지역을 표시한 것으로 다른 마을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기 위해 세웠던 금지석으로 추정된다. 산삼을 채삼하는 곳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으로 관리 상태도 좋고 마을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 산림 부산물 홍보 차원에서 산림자산 가치가 높다.

▷미산2리 산삼봉표

인제군 상남면 미산2리 589-2번지 내린천 변에 위치해 있다. 자연석 위에 産參可峴山 西標(산삼가현산 서표) 7자가 세로 2줄로 새겨져 있다. 정선지역에 있는 산삼봉표와 표기 방법에 차이가 있어 봉표 설치연대가 차이가 있던지 자연 산삼이 아닌 인공적 생산했던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산삼은 지금도 그렇지만 권력과 부의 상징이다. 일방 백성들의 발길을 통제하던 산삼봉표는 보존해야할 우리 지역의 또 다른 산림문화 유산이다.

글,사진=김남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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