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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평행 이론’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제가 30년을 경과했다.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선출하는 민선 자치 역사의 나이테가 쌓이고 있다. 고인이 된 최각규 전 지사가 1995년 민선 도백(道伯)이 된 후 ‘연부역강(年富力强·나이는 젊고 힘은 강함)’을 강조했던 게 엊그제다. 민선과 대비해 지자체장을 상급기관에서 임명하는 일명 관선이 지역 화합과 발전에 더 유리하다는 대안도 제시되지만, 내 한 표로 직접 일꾼(?)들을 선출하는 권력을 맛본 유권자들로부터 다시 투표권을 회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로 뽑는 건 선출직 공직자 본인이다. 그 배우자는 선출직이 아니다. 여기서 딜레마와 애매함이 생긴다. 선출직 공직자는 분명 내가 행사한 한 표의 결과물인데, 배우자는 유권자들의 투표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선거운동 자격자로서 역할이지 유권자들의 선택과는 차이가 있다. ▼착시가 있다. 선출직 공직자가 배우자를 대동하고 공식행사에 등장하거나, 배우자 혼자 공식 석상에 나타나면 예우에 혼란이 생긴다. 선출직 공직자는 관행화된 의전에 따라 예우를 받지만 배우자는 그럴 대상이 아니다. 예의상 어느 선까지는 허용 및 묵인되지만,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 직업 공무원 부인들이 선출직 공직자의 배우자를 수행하며 수발을 드는 풍경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갖가지 잡음이 번진다. ▼선물 수수, 카드 유용 의혹 같은 선출직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정치권 공방이 연일 뜨겁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반복된다는 이른바 평행 이론이 시중에 회자된다. 모범을 보여야 할 선출직 공직자의 배우자들을 겨냥한 듯하다. 유권자들의 직접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와 그렇지 않은 배우자의 예우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모든 상황이 동일할 순 없지만 야박하게 강제하지 않는다고, 시나브로 선출직 공직자와 동일시되려는 배우자는 ‘민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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