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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폐광 대체산업, 골든타임 놓치지 마라

황만진 삼척 주재 국장

석탄산업이 흥행하던 때, 광산도시 도계는 광부들 월급날이면 ‘지나가는 개(犬)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 말이 나올 정도였다.

탄광에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몰려든 광부와 가족들이 넘쳐났고, 석탄을 캐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자식들 교육열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폐광이 어어졌고,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면서, 한 때 읍(邑) 지역에 5만여명이 넘던 인구가 1만여명도 안되는 소도시로 전락한 것이 현주소다.

거슬러 올라가면, 24년전인 지난 2000년 도계지역에는 큰 변혁을 가져온 사건이 있었다.

석공 중앙갱(흥전항) 폐쇄 방침 등 정부의 탄광 구조조정과 감산정책에 대해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제2의 사북사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당시 정부는 중앙갱 폐쇄는 석공 구조조정의 핵심사안으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불가피한 사안이라며 밀어 부쳤지만, 삼척시 공무원과 시민들은 ‘도계를 살리자’라는 문구가 들어간 검은 색 리본을 달고, 투쟁에 동참했다.

2000년 10월10일 도계역 앞 광교에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총궐기 대회를 갖고 지역경제를 고사시킬 탄광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총궐기대회 당시 도계읍 지역 모든 상가가 철시했고, 요구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가두시위, 야간횃불시위, 삭발시위, 영동선 철도 연좌농성, 초·중·고등 학생 등교 거부, 석공 본사 상경시위 등으로 정부를 압박, 결국 중앙갱 폐쇄 2년 유보라는 답을 얻어냈다.

시간이 흘러, 도계지역이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 주도로 내년 6월 석공 도계광업소가 폐광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폐광지역 지역소멸을 막을 유일한 구명줄인 고용위기기역 지정에서 탈락했고, ‘고용위기지역 지정은 국가의 배려가 아니라 의무’라는 주장이 무색해졌다.

현재 정부와 협의하에 진행중인 조기 폐광 대비 경제진흥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이다.

삼척시는 중입자가속기 암치료센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클러스터를 핵심 대체산업으로 선정했고, 정부 관련부처 또한 이를 승인한 상태이다. 시와 주민들 모두 11월 중에 예비타당성이 통과돼 대체산업이 정상적이고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쇠퇴는 지방자치단체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 나갈 수가 없다.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있어야 하며, 폐광지역 문제 또한 정부가 정책적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중국은 전국에 약 15만개의 광산이 있는데, 2004년 ‘국가광산공원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폐광지역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폐광지 개발전략의 추진 주체가 핵심이고, 폐광지역 개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탄광 복원사업이 국가차원에서 기획되고 자원 동원 또한 국가 주도로 집행될 수 있어 성과를 냈다.

영국 또한 1951년 폐광지역 개발법과 자본조달법을 제정했고, 1969년에는 한단계 발전시킨 ‘광산채굴법’을 만들어 개발단계부터 채굴과 복원을 동시에 진행했다.

영국은 1990년대 들어서 폐광을 개간한 산림용지가 속출했고, 광산토양개량 성적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영국 또한 정부 주도로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詩)의 저자 안도현 시인은 ‘연탄 한장’이라는 시에서, ‘(중략)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중략)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이라 표현했다.

연탄 한장과 광부들의 삶이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새벽 찬바람이 코끝을 울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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