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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씻을 곳 조차 없는 푸세식 화장실”…겨울이 두려운 조손가정

[아동주거권 보장 캠페인]강원일보사·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 공동
아동주거환경개선사업 ‘내가 그린 집’

◇지원이(가명)와 할머니가 거주 중인 집 외부에 설치된 재래식 화장실

역대급 한파가 예고된 올겨울을 앞두고 홀로 4살 난 외손주 지원이(가명)를 키우는 할머니의 근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아이를 씻길 곳조차 없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 가족의 바람은 단 하나, 이번 겨울을 무사히 나는 것이다.

허름한 재래식 화장실이 전부인 집에서 조손은 늘 악취와 오염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를 씻길 곳 역시 없다. 세면대도 샤워기도 없이 세탁실 바닥 호스에서 나온 물을 세숫대야에 받아 아이를 씻기고 있지만, 이마저도 추운 겨울이면 물이 얼어 여의치 않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극정성으로 지원이를 키운 할머니. 가정폭력 피해자인 그는 허리디스크가 파열되고 왼쪽눈이 실명되면서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았지만, 20여 년간 안마사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지난해 당뇨합병증으로 쓰러지면서 할머니는 일자리를 잃게 됐다. 오랜 직업병으로 어깨 힘줄이 끊어졌으며 손가락은 굽지 않는다. 오른쪽 눈의 시력마저 서서히 저하되고 있지만, 할머니의 걱정은 오직 지원이다.

또래에 비해 언어발달이 지연됐던 지원이는 할머니의 보살핌과 꾸준한 언어치료로 조금씩 입을 떼기 시작했다. 몇 걸음만 걸어도 거친 숨을 내쉬는 할머니를 보며 지원이는 “아파? 아파?”라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세면대와 샤워기가 없는 지원이(가명)와 할머니의 집.

조손의 따듯한 겨울을 위한 지역사회의 온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원이와 할머니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화장실과 세면대를 설치 등 주거지원과 언어치료 및 교육이 지원이 절실하다.

김주영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팀장은 “현재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일정한 근로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많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를 지원할 기업이나 단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거권은 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기본 권리인 만큼, 더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원 문의는 (033)762-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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