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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의료와 정주

중국 동진의 역사가 간보(干寶)가 편찬한 소설집 수신기(搜神記)에 단괴부립(斷槐復立)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백성들의 사적인 사당 건립이 금지되자 한 관리가 사당에 있던 큰 홰나무를 베어 버렸는데 그날 밤 홰나무가 이전에 있던 자리에 다시 일어섰다. 이를 본 사람들은 “무릇 잘린 고목이 다시 제자리에 선 것은 폐한 것이 부흥한다는 상징”이라며 기뻐했다. ▼국내 최초 군립병원인 정선군립병원이 최근 증축 공사를 마치며 병상 수를 늘리고 진료 과목을 대폭 확대했다. 이는 단순한 의료 인프라 개선의 의미를 넘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이다. 폐광지역은 폐광 직후부터 경제가 쇠락하고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주민들이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보장받기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정선군립병원의 변화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자 지방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의료 시설은 사람을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주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핵심 요소다. 병원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은 가족들은 이사를 결심할 수 있고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사는 세대에게는 더 큰 안정감을 준다. 이는 곧 지방 인구 유출을 막고 유입을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정선군립병원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13명을 추가로 채용해 군민들에게 필수 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없던 산부인과가 신설되고, 안과와 신경과 등은 원격 협진을 실시한다. 이제 주민들이 먼 도시로 가지 않고도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는 않다. 병원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다. 강원랜드와 협력사 6,000여명의 건강검진 이용이나 병원 이용 활성화를 위한 주민들의 건강검진 캠페인, 지역 특화 의료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해 보인다. 정선군립병원이 심은 ‘희망의 씨앗’이 지역사회 전체를 되살리는 큰 숲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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