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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초점]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강원도의원들의 입장은?

정유선 원주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AIDT) 도입을 예정대로 내년 3월부터 초3·4, 중1, 고1의 수학·영어·정보 교과목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AIDT 도입의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디지털 교과서가 실제 학습에 도움이 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과도한 디지털기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교육부는 AIDT가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해주고 교사들의 일을 줄여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교사와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할까? 실제로 10월 원주학교운영위원회 교육연수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더 심해지고 아이들이 책을 안 읽게 될까 걱정이 많았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디지털기기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디지털 읽기 및 학습 연구의 전문가인 언어학자 배런은 같은 텍스트를 읽었을 때 종이책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하고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학교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신중하라고 경고했다. ‘디지털 시대 읽기의 진화’라는 주제로 4년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한 유럽의 과학자들도 스크린으로 읽을 때는 독자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내용을 대충 훑고 넘기기 때문에 종이로 읽을 때보다 이해도가 낮다고 발표했다. 우리보다 먼저 교실에 디지털기기를 도입했던 스위스·독일 등 유럽의 과학자 43명은 유치원과 초교의 디지털화를 유예할 것을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디지털기기 도입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종이책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 ‘세계 최초’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전광석화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미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많이 하고 있다. AIDT가 기존의 디지털학습과 다른 점은 학교와 교사가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자료가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교사와 학생이 무조건 써야 하는 ‘교과서’라는 점이다. 7월 AIDT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73.6%의 교사들이 반대한다고 답했고 학부모도 30%만이 찬성한다는 답변을 했다. 도입 유보에 대한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AI 디지털 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급기야 전교조에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현장을 보면 교육부의 자랑과 달리 선도학교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라고 한다. 수업 내내 기기의 오류와 사용법의 문제,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가 계속되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급해 준 디지털기기의 허술한 ‘보안’을 풀고 유튜브와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현장교사의 디지털 활용능력 편차와 막대한 예산 지출이다. 강원도교육청 역시 2025년 예산에 전자칠판 보급 사업을 위해 189억원, AIDT 지원에 50억원을 편성했다. 그에 더해 앞으로 강원도교육청에서는 AIDT 구독료로 4년 동안 1,700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AIDT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면 학생들의 활동이나 복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 2025년 예산 심의를 앞두고 있는 강원도의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많은 부작용이 예견되는 AIDT 사업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들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전인적인 활동이다. 교육은 지식의 습득만이 아닌 몸과 마음의 건강과 사회성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교육을 전면적으로 바꾸려면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AIDT 예산에 대한 강원도의원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도민이 우려하는 도교육청 예산을 심의할 권한을 의원들에게 대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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