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출신 프로골퍼 김민별(20)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빛나는 별로 떠올랐다. 2023시즌 데뷔해 신인상을 차지하더니 올 시즌에는 목표했던 첫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이름처럼 스타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탄탄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준우승을 3번이나 차지했지만 ‘우승 없는 신인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올 10월 KLPGA 투어 2024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마음의 부담을 털어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지난 27일에는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선수만 가입할 수 있는 ‘위너스클럽’ 6명에 포함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빼어난 미모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원도민들의 따뜻한 응원 속에 성장하고 있는 김민별은 자신을 키운 고향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난 26일 강원일보 사회복지법인 ‘함께사는 강원세상’에 2,000만원이라는 통 큰 기부를 실천했다. 지난해 1월 프로 무대에서 받은 첫 상금 500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도 2,000만원을 쾌척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골프 선수로서의 고민과 꿈, 그리고 고향 춘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담하게 밝혔다. LPGA 진출을 목표로 겨울철 강도높은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김민별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춘천 성원초교 1학년 때 언니를 따라 골프장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 때 언니가 공을 치는 모습을 보며 한번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는데 처음엔 단순히 재미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골프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골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골프 자체는 항상 즐거웠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 때, 지치고 슬럼프가 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돼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할 때 승부욕이 강한 편인지=주변에서는 가끔 “조금 더 독기를 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조언을 들으면 가끔은 부족한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만의 방식대로 차분히, 집중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아버지가 카누 1호 국가대표였는데, 운동 DNA를 물려받았다고 생각된다=아버지는 항상 저를 응원하면서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아버지 덕분에 운동선수로서의 체력과 강인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다. 그런 가르침이 밑거름이 돼 골프 선수로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춘천 출신으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춘천은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특별한 곳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고향을 찾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재충전되는 기분이다. 특히 춘천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면 “여기서 꼭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곤 한다. 고향 사람들의 응원은 항상 큰 힘이 된다.
■지난해 KLPGA 신인상을 수상했다=신인상은 제게 너무나 특별했다. 루키로서의 목표였고, 그것을 이뤘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뻤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받는 순간 같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올해는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첫 우승 순간은 정말 꿈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전에 예선 탈락했던 대회가 더 기억에 남아 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준비할 수 있었고, 결국 우승이라는 결실을 이뤄낼 수 있었다. 실패가 오히려 큰 동기가 되었다.
■해외 진출 계획은=미국 진출은 큰 꿈이다. 다만 지금은 현실적인 부분들을 하나씩 준비하면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막연했던 목표들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할까. 미국에서 뛰는 상상을 하면 설레면서도 반드시 이뤄내야겠다는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
■골프 환경 측면에서 국내와 해외의 차이점은=해외 대회에 나갔을 때 느낀 점은 연습 환경이 정말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연습하면 골프가 단순히 경기라기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이런 환경에서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경하는 선수는=로리 맥길로이를 정말 좋아한다. 그의 스윙은 예술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데 경기를 볼 때마다 그의 플레이가 주는 감동과 에너지를 느낀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장타로 평가받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꾸준한 체력 훈련과 빈 스윙 연습이 가장 큰 비결이다. 아시다시피 골프는 힘만으로 되는 운동이 아니다.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멘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멘탈은 아직도 큰 숙제와 같다. 실수했을 때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면 빠르게 잊고 평소처럼 플레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계속 느낀다. 올해도 그런 부분을 많이 보완하려고 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강원일보와의 인연이 깊은데, 후원을 결심하고 계속 실천하는 이유는=강원도민들로부터 사랑과 응원을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고 강원일보의 ‘함께사는 강원세상’이 좋은 매개체가 되어 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점은=중요한 순간에 멘탈이 흔들리면서 실수했던 경기가 생각난다. 그런 경험이 저를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내년에는 좀 더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팬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고 내년 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