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국제적으로 미국 대선을 비롯해 국내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국내 정치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범위를 주재기자 생활을 하는 양양으로 좁혀 봐도 그렇다. 지역이 발전하고 경사만 있으면 지역의 공직자나 주민들로서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지역에서도 연말을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에 대한 설계를 해야 할 시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듯 해 씁쓸하다. 지난 9월 한 방송을 통해 처음 보도된 김진하 양양군수 사건은 많은 양양군민은 물론 도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 군수가 여성민원인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 보도가 발단이다. 급기야 경찰에서 여성 민원인을 상대로 한 성비위 의혹과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군청의 군수실과 김 군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6일에는 경찰이 관련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김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자택 압수수색에서는 김 군수가 여성민원인으로부터 받았다는 안마의자가 증거물로 경찰에 압수되는 장면도 보도됐다. 김 군수의 뇌물수수 의혹은 군수 자신을 넘어 배우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군청 및 군수 자택에 이어 배우자까지 압수수색을 접하는 양양군민의 심정은 유·무죄를 떠나 착잡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뽑은 군수를 이번에는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주민들이 나섰다. 주민소환의 추진이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김진하 양양군수를 ‘민원인 성착취, 금품 수수, 인사 비리설’ 등의 이유로 주민소환투표를 위한 청구에 돌입한 것이다. 주민소환법의 핵심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임기 중 위법·부당행위와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을 저지를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민들이 당사자를 소환하고 주민투표로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의 서명이 필요한데, 해당 시민단체에 따르면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30여일만에 서명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많은 주민들이 서명에 참여한 것을 놓고 3선 군수로 뽑아준 지역주민들의 배신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군수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이 사건은 최근 경찰이 지역의 한 군의원을 협박 혐의로 압수수색하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사건을 놓고도 다른 한편에서는 김 군수를 동정하는 여론도 있다. 아직 유죄로 드러난 것도 아니고 사법당국에서 수사 중이기 때문에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김 군수의 사건을 두고 지역은 양분되고 있다. 공직사회도 드러내 놓고 표현은 안 하지만 사건을 대처하는 김 군수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쪽과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역에서는 인구는 줄고 할 일은 많은데 성장동력을 찾기는 어려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군수 사건으로 지역이 갈등을 겪고 발전에 발목이 잡힌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사건의 발단인 김진하 군수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도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먼저 사과를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공자는 정치(政治)에 있어 법치(法治)보다 예치(禮治)를 중시했다. 법을 위반 했을 때 형벌을 내려 다스리는 것이 법치라면 예치는 예의범절을 정하고 어기면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정치다. 공자가 남긴 말을 정리한 ‘위정’편에 이런 말이 있다. “백성을 형벌로 다스리면 이를 면하려만 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 하지만 예로 다스리면 부끄러워할 줄 알고 잘못도 바로잡는다.” 잘못을 저지르고 법적으로 죄가 없다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을 꼬집은 말이다. ‘자로’편에 한 구절도 정치인들이 귀담아 봄직하다. “위정자(爲政者·공직 후보자 또는 선출직 공무원)가 참으로 자신을 바르게 한다면 정치하는 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으며 자신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어떻게 남을 바로 잡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