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 상경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업계 전체가 위기인데다 설상가상으로 불안정한 정국이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예년과 같은 ‘연말 특수’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강원 관광객 감소…연말연시 특수 실종 우려=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부 국가들이 한국을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한 것을 비롯해 철도노조 파업까지 겹치면서 도내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강원지역을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억2,60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억3,078만명 보다 477만명 줄어든 규모다.
여기에 계엄 사태로 해외 각국에서 우리나라를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일정 취소 등 해외 관광객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 도내 한 리조트의 스키장에서는 계엄 이후 외국인 대상 스키강습 예약이 취소됐으며,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사에는 여행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다 철도노조 총파업의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내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석기동 도관광협회장은 “당장 한국 여행 취소 사례가 빈번하지는 않지만, 인바운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소비심리 위축·환율 급등에 ‘근심’=강원지역 유통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말 대목을 놓치는 것은 물론 널뛰는 환율로 인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소비심리가 꺾이면서 유통업계가 타격을 입었는데, 이번에도 연말을 앞두고 정국 불안이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가 더욱 악화되면서 성탄절과 설 등 연말연시 특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건설 원가와 분양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기업들과 수출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들도 널뛰는 원·달러 환율에 근심이 깊다. 식품기업은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비용이 급증하는 데다 수출기업들은 물류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당시 1,446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6일 밤 11시51분 기준 1,424원으로 다소 안정됐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홍순 강원유통업협회장은 “향후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식품 수출기업 등 도내 기업들은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하면서 이번 사태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