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에 대해 지식사전에서는 ‘실천적으로 적용되는 법들 사이의 모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ntinomia(안티노미)’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분명하게 옳은 두 문장이 이론적으로 양립되지 못하는 모순이 발견됐을 때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앞과 뒤가 다른 행동, 겉과 속이 다를 경우에 ‘이율배반’적 모습이라고 쓴다. 불륜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대사가 대표적 이율배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2024년 12월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령 선포 이유에 대해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엄군을 헌법기관인 국회에 투입해 무력으로 장악하려고 했다. 주요 정치인과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던 인사도 체포, 구금하려고 했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겠다. 저를 믿어주십시오”라던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 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할 것을 선서한다. 헌법을 수호하고 이를 실현할 의무를 가장 첫머리에 놓고 있다. 수많은 국민이 한겨울 차가운 길거리로 나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취임 당시의 선서를 지키지 않은 채 오히려 국민의 자유와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율배반적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위헌이다.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으로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고 총리와 당이 국정을 이끌겠다고 한다. 대통령이 탄핵 또는 하야 등 궐위의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주어진 권한을 빼앗겠다는 것 역시 ‘이율배반’은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