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12·3 비상계엄'으로 국회가 탄핵소추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노상원(육사 41기)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24일 오전 노 전 사령관을 내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사령관을 지낸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육사 38기)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선'으로 이번 계엄을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경찰은 계엄 전후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을 단서로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이번 계엄 기획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는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과 계엄 당일인 3일 경기도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자리에는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과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김모 대령 등 전현직 국방부 조사본부 장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 노 전 사령관은 자신의 사조직 '수사 2단'을 60여명 규모로 꾸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이 진술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경찰은 그와 계엄 전 '햄버거 회동'을 한 정보사 관계자들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노 전 사령관의 거처에서 확보한 수첩에서 '국회 봉쇄',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정치인, 판사 등에 대한 '수거', '사살' 등이 적힌 메모를 확보하고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외환죄(외부로부터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손바닥 크기의 60∼70페이지 분량으로, 계엄 관련 내용이 다수 적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고령' 관련 내용은 수첩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호송차로 이동하면서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에 대해 직접 소통했느냐', '수첩에 누구를 사살하라고 썼느냐', '북한 공격은 어떻게 유도하려고 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전 수십 차례 전북 군산의 한 무속인을 찾아 김 전 장관과 계엄과 관련한 군 관계자들의 사주와 점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이선진(38)씨는 "노 전 사령관이 2022년 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방문해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봤다"며 "대략 20여 차례가 넘게 다녀갔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점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듣고 처음 이씨를 찾아왔다.
주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사전에 예약한 뒤 점집을 방문했고, 군인들의 사주가 적힌 메모나 사진을 들고 와 점괘를 물었다.
자신도 점집을 운영하던 노 전 사령관은 2년 가까이 이씨에게 명리학을 가르쳐 주고,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점을 봐주며 교류했다.
이씨가 기억하는 방문 횟수만 수십차례고, 전화 통화는 50여통에 달했다.
이씨는 "노씨의 어머니가 군산 인근인 충남 서천에 산다고 했다. 김 전 장관에 관해서는 2022년부터 지속해서 잘 될 사주인지를 물었다"며 "2023년 가을쯤에는 김 전 장관이 국방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운세를 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노상원 씨는 한 번에 A4 용지에 군인 10여명의 사주를 적어와 점을 봐달라고 했다"면서 "주로 이 사람과 끝까지 갈 수 있는지, 배신을 할 사람인지 등을 집중해서 물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다른 군인들은 정확히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 김 전 장관의 얼굴은 TV 뉴스를 보고 바로 알아봤다"면서 "김 전 장관의 사주를 가장 많이 물었고, 노상원 씨가 '이 사람이 잘 돼야 내가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언급했느냐는 질문에는 "계엄이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고, '중요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뉴스를 보고 나서야 그때 물었던 것이 저걸 말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노상원 씨가 지난해 12월쯤 김용현이가 뭘 하면 내가 서울에 간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일이 잘되면 올해 여름에 서울로 간다고 이야기했다. 정권이 바뀌어서 옷을 벗었다고 했고,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지에 묻자 이씨는 "내가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탄핵을 당할 것이라고 말하자 노상원 씨가 '외부에 공개된 (윤 대통령)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다르다'고 말하며 탄핵당할 일이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 역시 점집을 운영하는 데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상원 씨도 사주를 아주 잘 보는데 내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라 영적인 점을 보기 위해 자주 찾아왔다"면서 "대통령이나 영부인도 나중에 찾아오는 것이냐 물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