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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한겨울 거리에서 폐지 주워도 손에 쥔 돈은 단돈 몇천원

70㎏ 폐지 주워 고물상 찾았지만 수입 단 3,500원
강원지역 폐지수집 노인 420명 평균 연령 78.1세
정부·지자체 각종 지원 방안 생활안정 턱없이 부족

◇25일 오전 효자동 A 고물상.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이 리어커를 끌며 춘천 효자동 일대를 돌고 있다.

◇25일 오전 효자동 A 고물상. 폐지를 수집한 노인이 저울 위에 올라 무게를 측정하고 있다.

성탄절인 25일 아침 춘천시 효자동의 한 고물상. 영하 8도까지 떨어진 한파 속에 방한용 패딩을 턱 밑까지 잠그고 장갑을 낀 이모(80) 할아버지가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싣고 힘겨운 모습으로 들어섰다. 이 할아버지가 모아 온 폐지는 성인 남성의 몸무게와 비슷한 70여㎏에 달했지만 폐지를 팔아 손에 쥔 돈은 3,500원이었다. 폐지 단가가 1㎏당 5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취약계층 노인들이 갈수록 떨어지는 폐지가격과 강추위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살을 에이는 듯한 한파에도 거리로 나서 폐지를 줍고 있지만 1㎏당 100원도 되지 않는 폐지가격에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 조사 결과 이번달 기준 도내 1kg당 폐지(골판지) 가격은 114원이다. 그러나 실제 폐지 거래금액은 지역별·업체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전체적으로 폐지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춘천 효자동과 중앙로 일대에서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는 이 할아버지는 “폐지를 많이 주워 손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주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춘천시 근화동 일대에서 폐지를 줍는 김모(76) 할아버지는 “경기침체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나오는 폐지도 크게 줄었다”며 “서로 폐지를 가져 가려고 말다툼을 벌이다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폐지가격은 하락해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폐지수집 노인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강원지역에서 폐지줍는 노인은 총 420명이다. 평균 연령은 78.1세, 월평균 소득은 76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춘천시 근화동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A씨는 “인건비, 관리비 등을 포함해 1kg당 폐지가격을 설정한다. 운영비를 제외하고 지급할 수 있는 돈은 1㎏당 50~60원 내외”라며 “불경기에 폐지값을 조금 더 쳐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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