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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호등]벼랑 끝 강원독립영화

김오미 문화교육부 기자

새해 인사를 주고받기 무색할 만큼 마음이 무거운 연초, 문화예술계에서도 착잡한 소식이 들려왔다. 정동진독립영화제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올해 강릉시는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예산을 지난해 대비 7,000만원 삭감했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예산 6,0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지역 영화인들은 이번 상황을 ‘오랜 세월 어렵게 쌓아 올린 강릉 영화문화의 바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올해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5,000만원이다. 정동초교 운동장을 영화관으로 바꾸거나 전국에서 모인 관객들을 맞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주최 단체이자 신영의 운영 단체인 강릉씨네마떼끄는 강도 높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의 매 문장에는 영화인들의 켜켜이 쌓인 실망과 분노가 담겼다. 터질 게 터져 버린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으로 지원 예산 축소로, 강원 독립영화계는 더는 물러 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정동진영화제는 1만5,000여 명의 전국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기에 영화인들의 배신감은 컸다.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지난 2023년에도 같은 난관은 겪었다. 당시 운영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폐관 위기를 맞자 영화인과 시민들의 후원이 모였고, 이후 강릉시는 추경을 통해 예산을 전액 복원했다. 2024년 신영의 관객 수는 전년 대비 29% 증가했지만, 올해는 관객들을 맞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영화계 소식을 전하는 기자로서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시민으로서도 일련의 과정들이 실망스럽다. 별이 쏟아지는 정동진의 밤 하늘 아래서 봤던 영화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서울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독립·예술영화를 신영에서 보게 됐을 때의 기쁨 역시 선하다. 매년 여름 정동초교 운동장으로 모이는 시민의 발걸음을 보았기에, 신영의 폐관을 막기 위해 모였던 시민들의 마음을 기억하기에 일방적인 예산 삭감을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적 잣대로도 그렇다. 영화제 기간 정동진은 한적한 평소 모습이 기억 안 날 정도로 관광객들로 붐빈다. 끊임없이 들어서는 배달 오토바이가 증명하듯 지역 상권 역시 영화제 기간 활기를 띤다.

그래서 더 묻고 싶다. 해가 갈수록 더 많은 관객들이 주목하는 정동진독립영화제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예산을 삭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교롭게도 지난 신호등에서도 영화제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정동진독립영화제가 끝난 직후였기에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 삭감에도 성공적으로 끝난 영화제의 성과를 기록했다. 부디 올해는 더 나은 환경에서 영화제가 개최되길 기원했다. 하지만 바람이 무색하게 독립영화계는 더 팍팍한 한 해를 버텨내야 한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행사를 감당해야 할 것이고, 영화제를 빛냈던 다채로운 행사들도 축소될 것이다. 불투명한 내년을 기약하며 불안한 작별 인사를 나눠야 할 것이다.

더는 지역의 영화문화가 후퇴하지 않기를 바라며, 영화인들과 함께 묻고자 한다. ‘한때 꿈꿨던 독립영화 도시의 미래는 어디에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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