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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영하 15도 이른 새벽 인력시장엔 차가운 한숨만

“일터 못 나간 지 사흘째…4곳 돌았으나 호명 없어” 토로
30여 명 노동자 모였으나 일감 받은 인부 절반도 못 미쳐
강원지역 일용근로자 수 38만 명…1만여명 감소 집계돼

◇9일 오전 5시 춘천시 효자동의 A인력사무소. 영하15도 안팎까지 떨어진 한파를 뚫고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사진=손지찬 기자

◇9일 오전 5시30분 춘천시 효자동의 A인력사무소. 노동자들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손지찬 기자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진 9일 오전 5시께 찾은 춘천시 효자동 A인력사무소. ‘춘베리아’라고 불릴 정도로 매서운 춘천의 겨울바람을 뚫고 30여 명이 인력사무소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얼어붙다시피 한 손을 히터 가까이로 뻗어 추위를 견디며 일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요선동부터 사무소까지 30분 넘게 걸어 왔다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일터에 못 나간 지 벌써 사흘째”라며 “오전 5시부터 인력사무소 4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름을 불러 주는 사무소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차선도색 15년차 기술자 최모(46)씨는 “올 겨울부터 도색 공사 발주가 ‘뚝’ 끊겨 어쩔 수 없이 난생 처음 인력사무소를 찾았다”며 “추위야 견딜 수 있지만, 일감을 받지 못한 채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30명 중 20명은 오전 6시께 “오늘은 더이상 일거리가 없으니 내일 다시 오라”는 인력사무소 관계자들의 말을 듣고 허탈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서야 했다.

춘천에서 29년째 인력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선(59)씨는 “최근 한파와 경기 불황으로 일도 사람도 줄었다”며 “한 때 100여명의 노동자가 몰렸던 인력사무소도 1~2월에는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경기 회복과 일자리 확충 등을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시 효자동의 한 인력사무소는 불경기 탓에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사무소 문을 열지 않는다. 사진=손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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