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반헌법적 계엄과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온 국민의 시선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다. 지금 당장 투표를 한다면 가장 많은 득표를 할 후보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최근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탈이념 실용주의’와 ‘성장론’을 내세우고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도 내려놨다. 이를 두고 중도층 공략을 위한 우클릭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진영간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현재 정국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이 대표가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미지다. 이런 점에서 YTN·엠브레인퍼블릭의 여론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재명 대표는 여야 대선주자 호감도에서 31%로 2위 김문수 14%에 2배 이상 앞섰다. 그러나 이 대표의 비호감도는 47%로 거의 50%에 육박하고 김문수 비호감도 13%에 3배반 이상으로 상당히 높았다. 즉 '윤석열도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이재명 비토층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이 대표가 거대 야당을 이끌며 무려 29건의 탄핵안을 밀어붙인 점도 부담이다. 대한민국 역사에 없는 탄핵안 발의에 오로지 자신의 재판을 지연시키고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이 체포된 뒤 권한 대행마저 탄핵했다. 탄핵 남발에 이 대표가 대혼란의 수습보다는 오로지 대권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깊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폭 넓은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사법 문제를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과감한 결단은 불확실한 자신의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인용 찬성은 60%대, 정권교체는 50%대, 이재명 대표 양자 대결 시 지지율은 40%대를 보였다. 이런 수치를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탄핵 인용을 찬성했으면 정권교체나 이 대표 지지율도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아직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이 대표의 지지율이 탄핵 인용 찬성과 많은 차이를 보인 점은 이 대표 입장에서 보면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칫 이대로 고착화되면 지난 대선에 이어 다음 대선에도 또다시 낙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도 지나고 2월이 시작됐지만 갈수록 대통령 탄핵 심판이나 재판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지, 진영 간 극단적 대립 속에 나라는 더욱 혼돈에 빠져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 벼랑에 섰다고 이렇게까지 나라가 양쪽으로 갈라서서 싸우는 것은 결코 과거에 보지 못했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나라는 제대로 굴러갈지, 혼란을 잠재우고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지도자는 어떤 덕목과 경륜을 갖춰야 할지 등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국민들의 검증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소아마비로 인한 약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걷는 모습을 노출하며 유권자에게 자신의 강인함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시도는 적중해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12년간 백악관을 차지했으며 미국인들에게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꼽힌다. 실제 대중들은 정치인의 소속 정당이나 내세우는 정책, 이데올로기보다 정치 리더의 이미지에 더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 대표가 국난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보편적 이익을 제대로 실현할 리더의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