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사회일반

‘윤석열표 사업’ 대왕고래 시추해보니 경제성 부족…사업 추진 '암초'

산자부 2차관 "가스 징후 확인했지만 경제성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2024.6.3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발표하면서 국민적 기대감을 높였던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동력이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

6일 처음 진행된 탐사시추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포착됐지만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개발할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근원암, 저류암, 트랩, 덮개 등으로 구성되는 유전 지층 구조인 '석유 시스템'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외자 유치를 통해 추가 탐사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가스 징후가 잠정적으로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브리핑은 대왕고래 유망구조 첫 탐사시추가 최근 끝난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진행된 첫 탐사시추는 지난 4일 끝났다.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는 전날 부산항에서 출항해 떠났다.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시작됐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왕고래 유망구조서 작업 준비하는 웨스트 카펠라호. 2024.12.20 [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사진=연합뉴스.

웨스트 카펠라호는 수심 1천260m에서 시작되는 해저 지형에서 1천761m 깊이까지 드릴을 내려 암석을 뚫고 1천700개 이상의 시료와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시추 현장에서는 세계 1위 시추기업인 미국의 슬럼버거(Schlumberger)가 채취된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작업도 병행했다.

최 차관은 해수면 아래 3천m 이상 깊이의 해저까지 파 내려가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나오는 진흙을 채취해 검사하는 '이수 검층' 결과, 목표 유망구조 주변에서 미세한 수준이나 여타 지점보다 높은 수준의 가스가 검출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수치가 경제성을 확인하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쳐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추가 탐사를 진행할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최 차관은 "포화도 수치가 경제적으로 생산 광구로 전환하거나 추가 탐사시추 할 만큼의 수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가스 포화도로는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번 탐사시추를 통해 대왕고래 구조가 이전 물리탐사 과정에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석유나 가스를 담을 수 있는 석유 시스템 구조 자체는 양호했다고 보고, 향후 추가 탐사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동해 가스전[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사진=연합뉴스.

앞서 정부와 석유공사는 20%의 성공 확률을 고려해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 차관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석유 시스템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시추 중 획득한 시료 데이터는 나머지 6개 유망구조 후속 탐사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통해 대왕고래를 비롯한 동해 7개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수 있다고 보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한 첫 탐사시추 데이터를 활용해 남은 6개 유망구조 탐사시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앞서 계획했던 대로 2차 시추부터는 해외 오일 메이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석유공사와 합작 형태로 진행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 3월부터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차관은 "1차는 석유공사가 전적으로 추진했지만 어느 가스전 유전이나 리스크 저감 노력은 한다"며 "투자 유치 통해서 주요 메이저 기업의 평가가 입증된다면, 국민을 설득할 중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최대한 투자 유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1.1. 사진=연합뉴스.

한편,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작 당시부터 논란이 따라 다녔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적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고, 사업 성공 가능성을 두고도 분석 업체인 액트지오가 사실상 1인 기업이 아니냐는 의혹 등이 불거졌다.

정부는 이같은 정치적 부담에도 성공 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이번 프로젝트를 장기 사업으로 보고 추진해왔다.

대량의 석유·가스가 발견돼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상황을 가정해 조광권 등 제도 정비도 마쳤다.

그동안 소규모 탐사에 적합하게 짜인 조광권 규정을 대규모 사업에 맞게 바꿔 국가가 얻는 이익을 늘리면서 투자사와 공정한 이익 분배를 실현하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차 탐사시추를 위해 사업 예산 497억원을 신청했으나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이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첫 탐사시추는 석유공사 사업비로 전액 충당했다.

오는 5∼6월께 정밀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초기 분석 결과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전체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20일 시작됐다.시추 작업은 앞으로 약 40∼50일간 진행되며 내년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가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그래픽=연합뉴스.

<다음은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백브리핑에 참석한 고위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가스 징후'가 어떤 의미이며, 대왕고래 구조는 다시 안 뚫는 건가.

▲ 구조의 유기물이 산화해서 나온 가스인지, 근원암에서 (저류암으로) 이동한 가스인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성분 분석을 통해 가스가 만약 근원암에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근원암의 가스 생성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런 판단이 이르고, 5월 말∼6월에 정밀 분석해 결과를 말씀드리겠다.

시추 결과 대왕고래 전체의 가스 포화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왕고래 구조 자체에 대해 추가 탐사 시추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

■ 대왕고래 구조가 가장 가능성이 높아 첫 시추에 들어갔을 텐데, 향후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 방향은.

▲ 지금은 생산을 종료했지만 울산 앞바다 동해 가스전은 11번째 (시추에서) 성공했다. 남미 가이아나도 13번째인가에 유전을 발견했고, 노르웨이 에코피스크(북해) 유전도 33번째인가 됐다. 첫 시추가 성공했으면 굉장히 좋았겠지만 시추 과정상 여러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추가 유망 구조에서의 오류를 보정하는 기회로 삼아 추가 탐사 시추 성공률을 높이는 쪽으로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여러 유망 구조를 탐사 시추를 통해 확인하고 자원개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

■ 정밀 분석 용역에 액트지오도 참여하는가.

▲ 액트지오는 컴퓨터 전산 작업을 통해 기존 데이터를 해석하는 기관이다. 이제 사람으로 치면 '조직 검사' 단계다. 샘플링 등 1천700개가 넘는 시편, 암편을 수집했다. 전문적인 시설을 갖춘 연구기관에서 분석해야 하며, 당연히 액트지오는 그 대상이 아니다.

■ 앞서 정부는 성공 확률을 20%로 전망했다.

▲ 이번 탐사시추를 하면서 액트지오가 분석했을 때의 수치와 실제 수치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남은 6개 유망 구조에 대해 전반적인 탐사 자원량이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오차가 보정될 것이다. 탐사 시추를 많이 할수록 오차 보정 가능성은 커진다.

■ 투자 유치 공모 계획은.

▲ 입찰 의향을 제시한 기업들이 있다. 기존부터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유망 구조 전체를 보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적인 자원개발 상례에서 첫 공에서 시추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희박하다. 1차공 시추 결과 자체를 놓고 보면 투자 유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향후 투자 유치를 통해 (자원 개발) 리스크를 저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투자유치는 남은 6개 유망구조에 대해 진행하나.

▲ 2차 유망성 검토가 6-1·8광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남은 6개 유망 구조 위주로 투자 유치를 할 것으로 본다. 투자 유치 때는 '의무 시추공' 개념이 있어서 그때까지는 (시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 이번 시추 결과 긍정적으로 판단되는 점은.

▲ 당초 예상보다 저류층 두께가 두꺼웠고, 저류층 외 구멍이 많이 뚫려 있다는 차원의 공극률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두꺼운 덮개암층도 확인했고 생각보다 더 두꺼운 유기질 셰일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석유 구조는 긍정적이었지만 가장 핵심인 탄화가스 포화도가 (경제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석유가스 글로벌 메이저사에서 입찰 의향서를 보냈나.

▲ 입찰 의향서를 구체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다. 3월 말에 입찰 절차가 개시되기 때문에 그때야 입찰을 받을 것이다. 다만 입찰에 참여하고 싶으니 자료를 보여달라는 의향을 전달한 메이저 기업은 복수로 있었다.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구체적 사명은 밝힐 수 없다.

■ 1차공 결과가 나쁘면 나머지 6개 구조의 탐사도 어려워지나

▲ 해외 투자 유치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부 예산의 필요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의 지분이 높을수록 추후 가져올 수익이 커진다. 리스크를 얼마나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추가 6개 유망구조 탐사와 관련해 예산이 필요하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검증받겠다. 탐사 리스크를 줄일수록 예타 통과 확률은 높아지고, 리스크를 많이 부담할수록 예타 통과 확률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

■ 이 사업에 예산을 더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 최근 심해에서 50공 정도 시추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 성공률은 5∼10%밖에 안 된다. 투입 대비 성과가 쉽지 않은 사업이어서 '리스크 저감'과 '차후 이익 확대' 중 어느 쪽이 좋은지는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이 다 다르다. 정부는 투자 유치와 예산 투입의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계획이다.

■ 최소 투자 규모는.

▲ 전혀 정해진 바 없다. 3월 중 투자 유치 절차가 진행되면 상대방 의견도 들어보고 정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 지난해 정부가 '삼성 시총 5배'라고 발표했던 것은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닌가.

▲ 1차 발표의 경우 저희가 생각지도 못했던 정무적 영역이 많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산업부 장관의 비유 자체가 부각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런 (발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죄송하다.

심해 첫 탐사 케이스였다. 일반적인 상례상 첫 케이스 성공은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을 텐데 앞선 정무적 요인 등 때문에 저희가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해외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자원탐사 실력도 늘리겠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