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시 도계중학교 옆으로 11동의 낡은 단층 슬레이트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1970년대 대한석탄공사가 건립한 광부들의 집 ‘장미사택’이다.
장미사택이 건립될 당시만 해도 삼척시 도계읍의 인구는 5만명을 넘을 정도로 전성기였다.
하지만 회색빛 시멘트 벽돌조 건물 사이 골목에는 완전연소해 살구빛으로 변한 연탄재, 석탄이 묻은 장화, 녹슨 삽 등이 널부러져 흡사 1980년대로 돌아간 듯 하다. 장미사택은 1동마다 5가구가 거주할 수 있게 지어졌다. 1970~80년대에는 55가구가 사는 나름 ‘대단지’였던 셈이다. 이곳은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탄광 사택단지다. 석탄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지만 2월24일 강원일보 취재진이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여전히 삶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당시 강원일보 취재진은 유일한 장미사택 거주자 김기열(81)씨와 마주쳤다. 그는 삼척 도계 경동탄광에서 30여년 간 기계 굴착 작업자로 일한 뒤 퇴직했으며 부인과 함께 사택에서 살아오고 있다.
김 씨는 “수십여년을 살아온 사택을 이제 떠나야 한다. 평생의 추억이 담긴 있는 집을 떠나야 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중으로 이사를 한다고 했다. 그가 떠나고 나서야 장미사택의 시계는 완전히 멈췄다. 장미사택은 5월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주택 건립 공사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석탄산업의 전성기 전국에서 많은 광부들이 몰려들며 사택 부족현상이 벌어졌다. 많은 광부들이 사택에 입주하기 위해 인맥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했다. 1980년대 들어 5층 아파트 형태의 사택들이 생겼다. 1984년 정선 함백광업소에 4층 아파트가 최초로 들어섰으며 태백 장성광업소에는 화광동아파트, 계산동아파트, 협심동아파트, 삼척 도계에는 흥전아파트, 새마을아파트, 협동아파트, 경동연립 등이 건립됐다.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은 “탄광사택에는 독특한 생활 공동체가 있었다”면서 “사택이라는 집단 거주지를 통해 탄광촌의 특수한 문화가 형성되고 지켜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