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한 총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오버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오전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한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며 "헌법재판소 구성은 선출된 대통령, 선출된 국회가 3인씩, 중립적인 대법원이 3인을 임명해서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재판에 출석하면서는 '대장동 민간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안 한 이유가 무엇인지', '선거법 재판 상고심 서류는 왜 안 받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선 일정 때문에 위증교사 결심 예정일이 바뀔 듯한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6월 3일로 정해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을 마무리 짓는 결심 공판이 같은 날 예정돼 재판 진행에 관심이 모인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 지난해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박정운 유제민 부장판사)는 공판준비 과정에서 6월 3일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한 대행은 오는 18일로 임기가 종료되는 문 헌재소장 직무대행과 이 재판관의 후임자로 이 법제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아울러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 과정을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앞서 마 재판관은 민주당 추천으로 재판관 후보자가 됐고 국회 선출 절차도 거쳤으나 한 대행이 임명을 거부하면서 장기간 합류하지 못했다.
한 대행이 탄핵소추된 뒤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함께 선출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계류 중인 상황에서 마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심판 등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선출한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는 판단을 밝혔다.
마 재판관은 2000년 대구지법 판사로 시작해 서울중앙지법·서울가정법원·서울고법 등에서 25년간 재판 업무를 수행했다. 판사 임관 전에는 운동권 조직에 몸담았고 진보정당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