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기반 전국구 문예지 ‘시와 소금’이 윤영기 시인의 시집 ‘벚나무 모스 부호’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4부로 구성돼 총 55편의 시가 수록됐다.
‘…칼은 칼의 집에서 쉬어야 한다/집 없는 칼을 생각해 보라/명검(名劍)이라도 비에 녹슬고/볼품없이 아무 데나 뒹굴어/발길에 채일 것이다…’(칼中)
이 시는 칼을 의인화해 삶의 치열한 장면을 표현했다. 명검이라도 쉼 없이 무대에만 서 있다면 결국 무뎌지기 마련이다. 윤 시인은 시를 통해 삶의 중심인 ‘자기 자리’, 곧 돌아갈 수 있는 ‘집’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한다. 더 나아가 현대인의 소망은 결국 외적 성공이 아닌 내면이 쉴 수 있는 ‘한 사람 몫의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벚나무야,/세상은 내게 돌직구를 던지는데/너는 이토록 연하디 연한 말을 보내오는구나’(벚나무 모스부호中)
표제작 ‘벚나무 모스 부호’에서는 거친 현실 속에서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을 환기시킨다. 벚나무는 연약한 꽃잎처럼 말을 건네는 존재로 그려지며 시인은 이를 통해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펼쳐낸다. 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벚꽃처럼 순하고 칼처럼 단단한 감정을 끌어올려 섬세한 시선으로 독자들에게 존재와 삶의 태도를 되묻는다.
윤영기 시인은 “시는 일상의 하찮은 것,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과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것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기만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와소금 刊. 12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