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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강한 리더십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무장한 두 지도자가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의를 외치고, 상대를 압박하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모습은 마치 초한지의 유방과 항우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서로를 향해 관세라는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경제라는 전장을 무대로, 국익이라는 군기를 들고, 자존심까지 장검처럼 휘두르며 펼치는 밀고 당기는 공방전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삼국지의 조조는 ‘먼 나라와는 친하고 가까운 나라부터 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전략으로 천하를 뒤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주적 삼아 몰아붙이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들과는 휴전 모드를 유지했다. 무역 전선을 분리해 적을 명확히 하고, 힘의 우선순위를 조절하려는 포석이다. 중국이 이에 보복 관세로 맞서자, 트럼프는 ‘두 배 관세’로 즉각 대응하며 한 치의 양보 없이 기선 장악에 나섰다. 이어 지난 17일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명장 오기(吳起)는 병법서에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천 명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관세 전쟁은 그와는 정반대다. 두 지도자의 강경 발언 한 마디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다. 달러가 흔들리고, 위안화가 추락하며 양국 간의 전쟁은 지구촌 전체로 불똥이 튄다. 세계화 시대, 강대국 간의 충돌은 곧 전 세계의 혼란으로 번진다. ▼전통 병법서에는 “칼로 얻은 땅은 칼로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관세로 얻은 경제적 우위는 신뢰의 붕괴로 이어지기 쉽다. 일시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시장은 숫자가 아닌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먹고 자란다. 트럼프의 결기, 시진핑의 완강함은 대단하나 이 싸움의 끝이 양국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무역이 전쟁이 된 시대, 그 전장을 멈추는 것은 무기보다 용기다. 상대를 꺾는 것보다 함께 살아남는 길을 택하는 것이 더 강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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