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고, 때로는 잠들어 있던 본능과 용기를 끌어올려 정면으로 맞서 나가는 이야기들이 이번 주 극장가를 채운다. 아들의 납치와 기업 붕괴 속에서 음모의 실체를 쫓는 억만장자의 추격극 ‘라르고 윈치: 프라이스 오브 머니’, 거대한 도시의 어둠 속에서도 연대를 통해 삶을 지켜내는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익명의 협박에 맞서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고군분투를 그린 심리 스릴러 ‘드롭’까지 만난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하는 게 어려워요.”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 뭄바이, 각자의 이유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세 여성, 프라바, 아누, 파르바티는 같은 병원에서 일하며 서로의 상처를 조용히 감싸 안는다. 해결되지 않는 사정 앞에서도 세 여자는 함께 웃고 손을 맞잡으며 어둠 속에 작은 빛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노동과 여성, 그리고 존재의 조건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 인도 영화로 도시의 칠흑같이 어두운 풍경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포착한다.
마치 시를 읽듯 눅눅한 밤의 공기와 삶의 무게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스크린 위에 여성들의 일상과 내면을 새겨 넣는다.
습기 먹은 건반 소리, 밤하늘의 별처럼 번지는 사운드와 빛의 활용은 영화의 시적 감수성을 극대화하고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삶의 흔적과 연대의 기억을 떠올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끝내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15세 관람가. 118분.

■라르고 윈치:프라이스 오브 머니=전설적인 액션 시리즈 라르고 윈치가 더욱 강력한 세 번째 이야기 ‘프라이스 오브 머니’로 돌아왔다. W기업의 대표이자 억만장자 영웅 라르고 윈치는 갑작스럽게 아들 ‘눔’이 납치되고 믿었던 파트너마저 살해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기업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혼란 속에서 그는 모든 사건이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음모임을 깨닫고 전 세계를 넘나드는 추격에 나선다. 캐나다, 버마, 방콕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숨 막히는 추적과 액션,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충격적 진실!
라르고는 무너진 일상과 가족을 되찾기 위해 다시 야성을 꺼내 들고 정면으로 부딪친다.
지금껏 잠들어 있던 라르고 윈치의 야성을 깨운 거대한 음모의 배후를 쫓는 여정은 마지막 장면까지 숨 막히는 전개와 연속되는 반전으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깊어진 서사와 강렬해진 액션으로 돌아온 글로벌 액션 스릴러의 전설로서, 다시 한번 스크린에 존재감을 각인시킬 것이다. 15세 관람가. 100분.

■드롭=오랜만에 평범한 일상을 즐기려던 싱글맘 ‘바이올렛’. 몇 년 만의 데이트에 나선 그녀는 낯선 설렘 속에서 데이트 상대 ‘헨리’와 함께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던 중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받는다.
낯선 번호로 도착한 그 메시지는 처음엔 장난처럼 느껴졌지만 이내 상황은 급변한다. “헨리를 죽이지 않으면 너의 아들이 죽는다” 누군가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듯한 협박이 이어지며, 레스토랑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뀐다.?“이 안에 있는 모두가 용의자다.”?정체를 알 수 없는 발신자, 제한된 공간 속에서, 바이올렛은 누구를 믿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영화 드롭은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폐쇄된 공포로 변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익명의 위협에 맞서 아들을 지키려는 한 엄마의 사투는 인간 본능과 도덕, 공포와 이성 사이를 오가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15세 관람가. 95분.
홍예빈기자 happy@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