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통합의 본질은 ‘협력을 통한 혁신’이며, 이를 통해 대학의 역량을 결집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정재연 강원대 총장은 ‘강원 1도 1국립대’ 구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강릉원주대와의 통합안이 극적으로 통과되며, 강원대는 강원특별자치도의 균형발전과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도내 국립대 간 연대를 통해 교육·연구 자원을 집약하고,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계된 글로컬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 총장의 구상이다. ‘강원 1도 1국립대’ 본격 추진을 앞두고 지난 19일, 정재연 총장을 만나 향후 계획과 강원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강원 1도 1국립대학’ 구상의 배경과 필요성은=“강원도는 지리적 특성과 함께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학령인구도 줄고 있어 대학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도내 국립대학 간 통합을 통해 혁신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의 교육·연구 자원을 통합하고, 지역 특성에 맞춘 캠퍼스별 특성화를 추진함으로써 강원도 전역의 균형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통합 강원대의 핵심 비전과 중장기 전략은=“통합 강원대는 ‘지역과 대학이 함께하는 글로컬 대학도시 구현’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연결되는 대학,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춘천은 정밀의료·바이오헬스, 삼척은 수소에너지·재난방재, 강릉은 해양바이오와 신소재, 원주는 디지털헬스케어·반도체 등 각 캠퍼스를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특화 거점으로 육성한다. 학사 구조도 재편해 다전공, 융합전공을 확대하고 첨단 학과를 신설해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고 미래 산업에 부합하는 교육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통합의 본질적인 가치와 기대효과는=“이번 통합은 외형 확장을 넘어 우리나라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선도 모델이 될것이다. 통합의 본질은 ‘협력을 통한 혁신’이다. 경쟁보다 연대, 분산보다 집약을 통해 대학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교육·연구·지역 혁신의 세 축을 중심으로 통합 강원대를 하나의 혁신 플랫폼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융합 연구 활성화, 우수 교원 확보, 다양한 전공과 창의적 교육 모델 도입을 통해 교육·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산업계·지자체·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인재 양성, 기술 개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

■조직 운영과 행정체계 변화 방향은=“가장 큰 변화는 행정 체계의 일원화와 캠퍼스 자율성 강화다. 본부 기능은 하나로 통합해 중복 업무를 줄이고 전략적인 조직 운영 체계를 갖춘다. 각 캠퍼스에는 ‘캠퍼스총장’을 배치해 학사 운영과 지역 특화 전략을 주도하게 된다. 총장을 전문적으로 보좌하는 ‘대학혁신전략실’을 신설해 글로컬대학30, RISE 등 주요 사업을 총괄하고 캠퍼스 간 조율 기능을 수행한다. 통합교무회의, 대학위원회 등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거버넌스를 마련할 방침이다.”
■통합 과정에 일부 구성원 우려와 반대가 있었다=“통합은 변화의 과정이며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강원대는 ‘통합의 주체는 구성원’이라는 인식 아래 꾸준히 소통에 힘써왔다. 교수회, 직원협의회, 학생대표 등과 간담회를 갖고 통합 취지를 설명했으며, 공청회와 캠퍼스별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왔다. 4월 초 통합안이 부결됐을 때도 즉각 소통을 재개하고 수정안을 제시해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앞으로도 캠퍼스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통합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강원1도1국립대학과 ‘RISE 체계’는 연계가 가능한가=“RISE는 대학이 지자체, 산업계와 협력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다. 통합 강원대는 하나의 조직으로서 강원도의 교육·연구·산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각 캠퍼스는 지역 산업의 특화 거점이 되고, 이를 통해 정주·창업·산학연 협력이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지역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RISE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 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 강원대의 지역 불균형 해소 및 지역 발전 기여 방안은=“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각 캠퍼스에는 ‘지학협력센터’를 설치해 시군 현안을 파악하고 대학의 교육·연구 자원과 연계한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균등한 교육 서비스 제공, 지역 고교와의 연계를 통한 인재 유출 방지, 정주 여건 마련 등도 함께 추진한다. KNU창업혁신원을 중심으로 한 창업 지원과 지역 기업과의 산학협력 등을 통해, 지역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춘천교대·강원도립대와의 추가 통합 가능성은=“현재는 강릉원주대와의 통합이 최우선 과제이며, 안정적 출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춘천교대, 강원도립대와의 통합도 검토하고 있다. 춘천교대와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실무 협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강원도립대는 설립 목적과 특수성 등을 고려해 강원특별자치도와의 협의를 전제로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구성원 동의, 지역사회의 공감이 선행돼야 하며, 성급함보다는 신중함과 내실을 중시하고 있다.”

■교육·연구 경쟁력 강화 및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은=“교육 분야에서는 학생 중심 교육체계를 바탕으로 교육혁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다전공·융합전공 확대, 원격교육 확대, 현장 연계형 인턴십 도입 등을 통해 학습 기회를 넓힌다. 교수자의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지속할 예정이다. 연구 부문에서는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국가 혁신 역량 강화와 함께 상업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혁신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반도체공동연구소, 국방벤처센터 등 첨단산업 기반 연구 인프라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국제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와 국제교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융합학과 및 학부 신설, 다언어 전공 운영 등을 통해 유학생 선택권을 넓히고 있으며, 졸업 후 정착을 위한 취업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59개국 360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복수학위, 교환학생, 공동연구 등을 진행 중이며, 해외 10개국에 설치된 ‘KNU문화원’을 올해 20곳, 내년까지 3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총장의 리더십 철학과 향후 대학 운영 방향은=“대학이라는 조직은 밖에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내부는 다양한 구성원과 복잡한 관계로 이뤄져 있다. 총장이 앞장서 끌고 가는 방식도 있겠지만, 나는 함께 꾸는 꿈을 지향한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합이라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은 지금, 갈등을 피하거나 외면하기보다 열린 자세로 대화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지난 4월 통합안이 부결됐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구성원과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다시 설명하고 설득하고, 대안을 하나하나 제시해 나갔다. 결국은 결과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신뢰를 얻겠다’는 생각으로 대학 운영에 임하고 있다. 강원 1도1국립대학이라는 틀 안에서, 구성원 모두가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구성원과 소통하며, 강원대를 학생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학,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대학, 세계와 지역을 잇는 플랫폼 대학으로 만들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