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경북 포항 남구에 해군이 운용하는 해상초계기가 추락해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해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9분께 포항경주공항 주변을 돌던 해군 P-3CK 초계기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한 농가 주변 공터에 떨어졌다.
소령인 조종사 1명과 대위 1명, 부사관 2명 등 4명이 탑승한 사고 군용기는 이날 오후 1시 43분께 훈련차 포항기지에서 이륙했으며 6분 뒤 원인 미상의 이유로 급격하게 기지 인근에 떨어졌다.
주민 등에 따르면 사고 직전 초계기는 착륙을 위해 두바퀴가량 선회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경주공항 관계자는 "초계기가 이착륙 훈련 중이었으며 갑자기 급하게 추락했다"고 말했다.
사고 초계기에는 전투기처럼 탑승자들이 자력으로 탈출하는 기능이 없다고 군은 전했다. 수습된 시신은 포항병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는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았으며, 이러한 모습은 수십m 떨어진 곳에서도 목격됐다.
제보 영상 등에 따르면 추락한 초계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민가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소방 당국에는 "비행체 추락 현장 부근인 산 중턱에서 연기가 목격된다", "아파트 뒤편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는 등 관련 신고 60건가량이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현장에 소방헬기와 진화 장비 17대, 인력 4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추락 사고 현장 인근에는 빌라 등 민가가 밀집해 있지만 현재까지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계기의 추락을 목격한 주민 정화영(65)씨는 끔찍했던 사고 순간을 되새기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씨는 사고 당시 약 3㎞ 떨어진 곳에서 밭일을 하던 중이었다.
그는 "비행기(초계기)가 한두 바퀴 돌다가 순식간에 고도를 낮추면서 휘청휘청하면서 추락했다"라며 "보는 순간 아이고 저거 추락했구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떨리는 몸으로 밭 바로 옆 낚시 가게에 가서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전했더니 처음에는 다들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설명했다.
경북도 측은 "필요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지원하고 있으며 화재 확산 등 2차 피해 방지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군참모차장을 주관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동일 기종 초계기 비행을 중단시켰다.


추락한 P-3C는 해군이 1995년부터 도입해 운용해온 미국산 대잠초계기다. 국내에 모두 8대 배치됐고, 포항과 제주의 해군 부대에서 운용 중이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해 1960년대 초부터 초기형인 P-3A가 생산됐고, 국내에는 성능 개량형인 P-3C가 도입됐다.
P-3는 전장 35m, 전폭 30m, 전고 11m에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했고 어뢰, 폭뢰, 폭탄, 미사일 등을 탑재해 잠수함과 해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1995년 당시 P-3C형 8기가 먼저 들어왔고, 이후 미군이 예비용으로 보유했던 P-3B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완전히 새로 만들다시피 개조한 P-3CK 8대까지 총 16대가 도입됐다.
이렇게 도입된 P-3C 16대는 오랜 기간 동·서·남해를 지키며 '잠수함 킬러'로서 해상 초계 역할을 수행했다.
P-3C는 2017년 3월 한미 연합 해상훈련 중 출현한 러시아 해군의 잠수함을 70시간 이상 추적해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르게끔 하면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나 16대라는 수량으로 삼면 바다를 초계하면서 기체 혹사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P-3C 102기를 1990년 이전에 도입해 운용하는 등 한국보다 월등한 초계 전력을 보유했다.
해군은 P-3C 도입 10년 차이던 2005년과 20년 차이던 2015년 각각 P-3C '무사고 10년'과 '무사고 20년'을 달성했다고 알렸으나 30년 차가 되는 올해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월에는 P-3CK가 초계 임무 수행 중 승무원 실수로 하푼 대함미사일 등 무기 3종류 6발을 해상에 투하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