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 백행이 불여일득이라 한다. 아무리 많이 들어도 한 번 보는 것만 못하고, 아무리 많이 보아도 직접 해보는 것만 못하며, 아무리 많이 실천해도 그 안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선거는 유권자에게 이 격언의 무게를 가장 깊이 실감하게 하는 선택의 순간이다. 그 선택은 마치 바둑의 착점(着點)과도 같다. ▼선거는 국민 전체가 함께 두는 ‘실전국(實戰局)’이다. 이론과 설명은 넘쳐나지만, 현실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다. 정석(定石)을 그대로 따르기 어려워 묘수(妙手)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패착(敗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게 된다. 후보자의 언변보다 그의 ‘이력’을 본다. 과거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무엇을 이루었고, 어떤 책임을 졌는지를 살피는 일, 그것이 곧 신뢰의 근거다. ▼겪지 않고도 미리 깨달을 수 있다면 그는 분명 가장 지혜로운 자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 현실에서 많은 이들은 실제 고통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선택의 잘잘못을 알게 된다.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복기되어야 하는 이유다. 바둑에서는 복기(復碁)를 통해 다음 대국을 준비하지만 이미 끝난 판은 되돌릴 수 없다. 선거 또한 마찬가지다. 그 선택의 무게는 시간이 흐른 뒤 구체적인 결과로 드러난다. ▼신뢰란 단지 말의 성실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반복된 결과의 축적이며, 실천과 책임의 흔적 속에서 형성된다. 성경에서도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라”(마태복음 7:16)고 한 것처럼 지도자의 진정한 면모는 말이 아닌 열매, 곧 실적과 책임의 기록에서 판가름 난다. 진실한 지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복기되며, 결국 패착이 아닌 정수(正手)로 평가받는다. 이제 우리는 복기하듯 지난 국면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정치와 행정을 냉철하게 읽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수(高手)’ 유권자로 거듭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