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훈(가명·27)씨는 지난해 8월 보호가 종료됐지만 거처를 바로 정하지 못해 도내 위탁가정에서 지내다가 지난 3월에서야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자립이 늦어졌지만 그는 혼자 선다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두려움보다는 도전의 다짐을 품고 첫발을 내디뎠다.
자립 초기의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의 ‘첫 살림 지원’ 사업을 통해 마련할 수 있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청소기는 구입하지 못했다. 지훈씨는 한동안 무릎을 꿇고 물티슈로 바닥을 닦으며 지냈고 직접 조립한 식탁은 아직도 흔들린다. 살림을 익히는 과정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었다.

행정 절차 또한 처음이었다. 자립준비청년 전형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하며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는 일은 마치 미로 같았다.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검색하고 누락된 서류는 여러 차례 되돌아가며 준비해야 했다. 그는 AI 검색 앱 등을 활용해 필요한 절차를 정리했고 ‘해보면 길이 있다’는 걸 몸소 경험했다. 경제적 자립보다 더 큰 어려움은 ‘모든 결정이 나의 몫’이라는 사실이었다. 실시간으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한 상황에서 생활비와 저축의 균형, 소비와 계획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현실은 막막했다.

광고와 캠페인 기획을 전공한 지훈씨는 기부를 좀 더 친근하게 만드는 아이디어와 사회적 캠페인에 관심이 많다. 지훈씨는 “‘첫 살림 지원’처럼 좋은 정책들 덕분에 처음 사회에 나오는 순간을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며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선한 영향력이 순환되는 사회가 된다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호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나눔사업팀장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지원되는 정착금의 실질적 가치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싶지만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모인다면 이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원문의는 (033)-762-9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