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기고

[강원포럼] 지방자치 30주년 새로운 도약의 길

권혁열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권혁열 강원특별자치도의원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지난 3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1991년 지방의회가 다시 문을 열고, 1995년 단체장 직선제가 시행되면서 시작된 우리의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지역사회로 넓히는 위대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자치의 틀을 넘어 ‘진짜 자치’, ‘완전한 자치’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전반기 도의장으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며 고민했던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지방분권의 실질화를 위한 여러 제도적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권한과 예산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지방자치가 꽃피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책임성에 기반한 실질적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정책을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재정 권한 확보는 필수사항이다.

자치입법권·조직권 강화를 통해 자치단체의 조직 구성 자율성 확대, 정원 및 기구 설치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이를 뒷받침 할 국세의 과감한 지방 이양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방세 중심의 세제로 개편하고 현행 국세 : 지방세 비율을 7:3 → 6:4 이상으로 재정분권이 이뤄지도록 지방소비세 비율 확대, 지방교부세의 형평성 및 자율성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의 보조금 제도를 용도 지정보다는 블록형 교부 방식으로 개선되어져야 한다.

둘째,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종합적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발전이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구와 자원이 집중된 수도권과 쇠퇴하는 비수도권 사이의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모든 지역이 고르게 기회와 자원을 누리는 '다핵형 국가 구조'로 전환해야 할 때다.

중앙은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하고, 지방은 창의와 책임으로 응답해야 한다. 단순한 재정 이전이나 행정적 이전에 그치지 않고, 각 지역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발전은 단지 지방을 돕는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셋째, 주민참여의 실질적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의 주체는 단체장이 아니라 주민이다. 주민이 정책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디지털 기반의 참여 플랫폼이 필요하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숙의 민주주의와 생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넷째, 지방정부 간 협력과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개별 자치단체의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방정부 간 정책공유, 공동투자, 행정 협력체제를 통해 범 지역적 문제를 해결하는 ‘연합 자치’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메가시티·특별자치도 모델을 확대하고 의료·환경·교통 같은 공통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생활권 협력행정을 추진하고 중앙-지방 협의 기구를 정례화 해야할 것이다.

다섯째, 지방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의회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지방의회 조직권·예산권을 확립해야 한다. 필자는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지방자치 시대 30년이 넘는 동안 지지부진했던 지방정부 견제·감시 강화를 위해 새로운 지방의회의 법적 근거 마련과 미래의회상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

지방자치 30년은 중앙 중심의 국가에서 지역 중심의 시대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다. 이제는 ‘형식’이 아닌 ‘내용’에서 완성된 자치를 구현해야 한다. 자치와 분권, 균형과 협력, 주민과 미래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다음 30년을 준비하는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의 내일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