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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송도 사제총기 사건 당시 지휘관, 70분 동안 현장 불참…매뉴얼조차 몰랐다

◇인천 사제총기 사건 발생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살인 사건 당시, 현장을 총괄해야 할 경찰 지휘관이 70분 넘게 출동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지휘관은 위급 상황 시 현장에 나가야 한다는 내부 매뉴얼조차 숙지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총 맞았다" 긴박한 신고에도 현장 지휘관 부재

26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경. 총상을 입은 A씨(33)의 아내는 자녀들을 대피시키며 “살려주세요, 남편이 총을 맞았다. (아버지가) 총을 만들어왔다”고 침착하게 112에 신고했다.

해당 신고는 위급 상황 최고 단계인 ‘코드0’으로 분류돼 즉시 순찰차 3대가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현장을 지휘해야 할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 B 경정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내부 지침에 따르면, 코드0 발령 시 상황관리관은 신속대응팀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초동 지휘를 맡고, 이후 주무과장이 도착하면 지휘권을 이양해야 한다. 그러나 B 경정은 이 매뉴얼을 인지하지 못했고, 현장 출동도 하지 않은 채 사무실에 머물렀다.

경찰서 여건상 상황관리관이 출동이 어렵다면 초동대응팀 내 선임자가 임시 팀장을 맡도록 돼 있지만, 이 절차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 70분 만에 특공대 진입…그제서야 나타난 지휘관

경찰은 70여 분이 흐른 뒤에서야 용의자인 C씨(62)의 위치를 특정했고, 오후 10시 16분경 경찰특공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내부 진입은 10시 40분경 이루어졌으나, 그 시점엔 C씨는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B 경정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은 특공대가 내부 진입을 마치고 C씨의 부재를 확인한 직후인 오후 10시 43분이었다.

A씨의 집 도어록은 C씨의 총격으로 파손돼 문이 열려 있었음에도 경찰은 특공대 투입 전까지 내부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고, C씨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CCTV 확인 역시 범인이 달아난 이후에야 진행됐다.

한 경찰관은 “총격 사건에 코드0까지 발령됐는데 1시간이 넘도록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건 말이 안 된다”며 “지휘관이 사무실에만 머무른 결과,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은 “좀 더 빨리 내부 진입을 시도해 피해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했더라면 A씨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수경찰서는 “C씨가 여전히 집 안에 있다는 신고자의 진술 때문에 즉각적인 진입이 어려웠다”며 “현장 경찰관들도 테라스를 통해 내부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해명했다.

■ 지휘관 "매뉴얼 몰랐다…사무실서 지휘한 것"

논란의 중심에 선 B 경정은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찰서 내에서 상황 통제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B 경정은 “당시 무전을 총괄하던 직원이 모든 상황을 처리하기 어려워 직접 무전을 받고 내부망에 전달했다”며 “지구대 경찰들에게 방탄복 착용 등 안전 조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래층에서도 신고가 접수돼 다른 피해 여부를 확인하라고 무전을 보냈고, 포털 부동산 페이지를 통해 집 구조를 파악하려는 시도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출동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선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며 “사무실에서 챙기고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시인했다.

특공대 진입을 지휘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무전이 되지 않았고, 도착했을 땐 이미 특공대가 진입한 상황이었다”며 “도착 직후 33층까지 올라갔지만, 증거물 훼손 우려로 집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상황실에서 ‘코칭’을 받긴 했지만, 즉시 출동하라는 지시는 없었다”며 “현장에 나가지 못한 점은 안타깝고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감찰담당관실 관계자는 “현장 초동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C씨는 자신의 생일이던 지난 20일 밤,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가족들과 손주, 외국인 가정교사 등이 함께한 생일 파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C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과 점화 장치 등 인화성 물질이 발견됐으며, 이튿날인 21일 정오에 발화 타이머가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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