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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속초 경제의 기회와 과제

최종현 속초시의원

2025년 7월31일 미국과 한국은 기존 미국이 부과할 계획이었던 25% 전방위 관세를 15%로 하향하는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무역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기업이나 대도시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지방의 중소도시와 지역 산업에도 실질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동북아 교류 허브 중심 도시이자 동해안 대표 관광 중심지인 속초시 역시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속초시는 지리적으로 러시아, 일본 등과 인접한 해양 교통의 요지에 있으며, 어업, 수산가공업, 관광업, 물류업 등 복합적인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번 관세협상 타결은 이러한 속초시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인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의 한미FTA때 보다는 무역 여건이 변화되면서 지역 내 기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첫째, 수산업과 가공산업의 수출 기회 확대 가능성이다. 속초시는 동해안 특산물의 주요 집산지로, 오징어, 대게, 명태 등 고급 수산물의 생산 및 유통이 활발하다. 또한 지난 2021년 속초시는 미국 대형한인마트와 5년간 500만불 수출협약을 맺으바 있고, 이번 관세협상 타결로 수출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고, 타 국가보다는 관세율이 낮아 수산물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속초 지역의 중소 수산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프리미엄 한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 내 식문화 변화는 지역 수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둘째, 속초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속초항은 아직까지는 여객 위주의 항만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북방경제권과의 연계 가능성, 향후 북극항로 활용 논의 등과 맞물려 국제 물류 거점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미국과의 교역 확대는 단순히 항공이나 기존 대형 항만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물류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속초항과 같은 중형 항구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항만 인프라 확장과 민자 유치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관광산업과 소비 진작에 미치는 간접 효과도 주목해야 한다. 관세가 타 국가보다 낮아지면 교역 안정성과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며, 이는 외국인의 여행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미국 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부산 외 지역으로의 관광 수요 분산이 이뤄질 경우 속초는 자연경관과 해양문화, 음식자원 등을 통해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할 수 있다. 크루즈 관광이 재개되고 국제선 북방 여객선 항로가 복원된다면, 속초는 국제 관광의 관문 도시로서 재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는 자동으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역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수산업체의 해외 진출 역량 강화를 위한 수출 지원 제도 마련, 외국어 홍보 콘텐츠 제작, 유통 인프라 확충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항만 개발에 있어서도 중앙정부 및 강원도와의 협력 아래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계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관광산업 역시 단기적인 이벤트 중심의 유치 전략을 넘어, 체류형 관광 콘텐츠 개발과 친환경 교통 연계 같은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결국 미국의 관세협상 타결은 속초시 경제에 있어 단순한 외생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는 단발적인 호재가 아닌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속초시는 기회를 읽고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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