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의 힘은 기억을 기록하면서 출발하지만, 그 울림은 미래를 향한다. 영월은 그 가능성을 20년 전부터 꿰뚫어 보고 있었다. 2005년 개관한 동강사진박물관은 국내 최초 공립 사진 전문 박물관이다. “사진의 수도는 영월”이라는 선언과 함께 시작된 이 공간은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20년 동안 시대의 단면을 담은 수많은 렌즈들이 이곳을 거쳐갔고, 그 기록은 영월이라는 작은 도시의 정체성을 넘어 한국 시각문화의 한 축이 됐다. ▼사진은 기억과 기록, 비판과 사유, 그 모두를 담아내는 도구다. 영월군과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가 매년 개최하는 ‘동강국제사진제’는 그 다중적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동강국제사진제는 7월 개막해 오는 9월28일까지 이어진다. 국내외 유수 작가들의 작품이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문화예술회관 등 지역 곳곳에 걸렸다. ▼특히 올해는 강원일보 창간 80주년을 맞아 9월3일부터 7일까지 강원의 역사전 ‘영월전’을 개최한다. 강원일보가 그동안 기록해온 강원의 역사를 압축된 사진으로 되살려 낸다. 근현대 격동기를 지나온 강원도민의 삶과 현장, 그리고 지역 언론이 지켜온 진실의 기록이 한자리에 모인다. 지역 신문의 사진 아카이브가 지역 정체성과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기회다. ▼사진은 빛으로 쓴다. 영월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빛을 붙잡아온 도시다. 폐광 이후 ‘재생과 전환’의 시간을 살아온 영월의 궤적은 사진이 가진 본질과 닮았다.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그리고 여전히 꿋꿋한 강원의 삶이 사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지금 영월에는 사진을 매개로 한 교육, 문화, 관광이 공존하며 ‘사진의 도시’ 영월이 지향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이 개인의 감동을 넘어 사회적 울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곳에서 실감하게 된다. 렌즈 너머로 영월이 품은 시간을 읽는 지금, 우리는 사진의 미래를 영월에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