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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경찰청 정원 조정, 지역의 특수성 반영돼야 한다

강원경찰청 97명 줄이고, 경기·인천 대폭 늘려
道 넓은 면적·다양한 지형으로 인력 더 필요
범죄 통계·인구 수치의 획일적 기준 벗어나야

경찰청이 전국 시·도 경찰 정원 재배치를 검토하면서 강원경찰청 인력을 97명 줄이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미 경찰 1인당 담당 면적이 3.61㎢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치안 수요가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곧바로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여름철 관광객 급증, 지역 축제, 해양·산악 안전 관리 등 강원만의 계절·지리적 특수성을 생각할 때 이번 조정안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경찰청은 범죄 발생 건수, 112 신고 및 출동 건수 등을 기준으로 지역별 치안 균형을 맞추려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량 지표’만으로는 강원의 치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 동해안과 내륙, 도심과 농촌이 혼재된 강원특별자치도는 동일한 범죄 건수라도 출동 거리, 사건 처리 시간, 인력 배치의 부담이 훨씬 크다.

산간 지역이나 도서·벽지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차 한 대가 이동하는 데만 수십 분이 소요된다. 이런 조건에서 인력 감축은 사건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고 주민 불안감을 키울 뿐이다. 현장 경찰관들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하다. 이미 일부 지구대는 정원 10명 중 7명만 근무하는 상황에서 순찰차가 동시에 출동하면 사무실에 단 한 명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야간 근무 후에도 인력 부족으로 휴무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근무 환경이 지속되면 경찰관들의 피로 누적과 사기 저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치안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주민들의 우려도 크다. 특히 파출소 야간 상주 인력이 없는 지역에서는 범죄 발생 시 언제 경찰이 도착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을 줄인다면 주민 안전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찰 인력 재배치는 단순히 범죄 통계 수치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치안의 특수성은 전문가들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넓은 면적과 다양한 지형, 그리고 계절별 관광객 유입 패턴은 수도권과 전혀 다른 치안 환경을 만든다. 범죄 발생 건수가 적다고 해 치안 수요가 낮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건 처리의 난이도와 소요 시간이 높아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찰청은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이러한 특징을 반영할 수 있는 가중치나 보정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치안은 국민 안전의 마지막 보루다. 일선 경찰 인력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사회 질서를 지키는 핵심 기반이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같이 광활한 면적과 다양한 치안 수요를 가진 지역에서의 인력 감축은 일반적인 행정 조정이 아니라 주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경찰청은 범죄 통계와 인구 수치에만 매달리는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현장 실태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원 조정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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