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이 청년 농업 창업의 요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홍천군농업기술센터가 조성한 농산업 창업교육관 ‘농부 꿈터’에 입주한 12개 청년 창업 기업들의 행보는 단순한 농산물 생산을 넘어 콘텐츠와 유통, 가공, 기술 접목 등 다층적인 농업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는 청년층의 지역 정착과 농촌 활성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로, 농업의 미래를 고민해 온 지역사회에 분명한 희망이다.
이번에 입주한 청년 창업가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창업을 넘어 농업을 ‘기술 기반 콘텐츠 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민서 푸르린 대표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라이브커머스로 판매하며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도전하고 있고, 최유진 검율농원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농산물 브랜딩과 콘텐츠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의 농부’라는 개념을 실현하는 선도적 사례로, 기존의 농업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지향점을 제시한다. 직거래 플랫폼 개발, 지역 농산물 가공식품 생산, 드론 기반 방제 및 정비 사업, 홉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 등 다채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입주 기업들은 모두 농업의 부가가치 확대와 지속 가능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북한이탈주민들이 설립한 ‘한백담’처럼 사회 통합과 경제 자립을 동시에 꾀하는 모델은 공동체적 의미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에는 농업에 대한 청년들의 자발적 접근과 창의적 시도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도심 중심의 일자리 선호로 인해 농촌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선택은 강원 농촌의 생존과 혁신을 위한 값진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과제는 명확하다. 이러한 청년 창업가들의 가능성이 단기간의 관심 속에 소멸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지역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설 지원에 그치지 않고 창업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 마케팅 채널 연계, 금융 및 판로 지원까지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홍천군은 입주 기업 간 협업 모델을 유도하고, 지역 농가와 공동 생산·브랜딩 프로젝트 등 확장성 있는 모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또한 이런 창업 모델이 홍천군에 국한되지 않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농업을 첨단산업이나 관광산업과 연결하는 6차 산업화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청년 농업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