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 가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집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횡성의 한 마을 주민이 지난해 열린 ‘100인 라운드테이블’에서 꺼낸 말이다. 마을 안에서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를 주민 스스로 논의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나온 요구는 병원 대신 집으로 찾아오는 ‘왕진 서비스’였다.
횡성군은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전체 인구의 36.5%가 65세 이상 노인이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75세 이상 후기 노년층이다. 2023년 횡성군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5.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머물며 돌봄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횡성군은 강원도사회서비스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농촌 고위험군을 위한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추진, ‘100인 라운드테이블’, ‘횡성 행복포럼’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라운드테이블에서 제안된 ‘찾아가는 방문진료(왕진 서비스)’는 실제로 주민 수요에 맞춰 시행됐다. 건강보험공단, 보건소, 지역 병·의원이 연계해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인을 직접 찾아가는 돌봄 공급 체계를 만들었다.
또한 춘천시는 2023년부터 ‘춘천형 통합돌봄 모델’ 설계를 시작했다. 도내에서 처음으로 돌봄 전담 부서인 ‘통합돌봄과’를 신설하고 전담 조직을 통해 25개 읍면동을 직접 방문 조사해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이은영 강원도사회서비스원장은 “횡성처럼 인구가 적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넓은 면적에 적은 인원이 흩어져 살다보니 서비스를 전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마을 안에 전문인력이나 요양보호사 등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대상별로 나뉜 기존 돌봄장벽을 허물고, 돌봄이 필요한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