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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초점]평창~정선 KTX, 국가균형발전의 시험대다

최승준 정선군수

대한민국 철도의 역사는 곧 국가 발전의 역사였다. 1899년 인천 제물포와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 개통했을 때, 독립신문은 “‘화륜거(蒸汽車)’가 구르는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고 전했다. 이처럼 철도의 등장은 사람들의 삶과 국토의 풍경을 바꾸는 거대한 사건이었고,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산업과 문화를 연결하는 대동맥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철도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강원 남부권의 생존과 부흥을 좌우할 평창~정선 KTX 신설 사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선은 과거 국가 산업 발전의 심장부였다. 1960~80년대 석탄산업 전성기 시절, 정선선 철도는 전국 산업 현장으로 무연탄을 실어 나르며 국가 에너지 공급을 책임졌다. 그러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이 문을 닫자, 인구는 14만명에서 3만명대로 급감했고, 지역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졌다. 현재 정선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존립의 위협을 받는 실정이다.

지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원랜드 카지노와 리조트를 중심으로 관광산업을 키워냈지만, 접근성의 한계는 여전히 벽으로 남아 있다. 서울에서 정선까지 3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불편한 교통 여건은 아무리 매력적인 관광 인프라를 갖추어도 외부 방문객 확대에 뚜렷한 한계를 만든다. 결국 강원 남부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길’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0여 년간 강원랜드 수익을 기반으로 ‘폐광지역개발기금’에 2조 원 이상을 투입했다. 수많은 사업이 추진되었지만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는 여전하다. 이는 막대한 재정 투입만으로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역에 투자된 자원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소진될 뿐이다.

강원랜드 역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를 넘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리한 접근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도권에서 단숨에 닿을 수 있는 KTX 연결망이 마련되어야만, 강원랜드와 정선은 진정한 국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국 평창~정선 KTX는 단순한 지역 교통망 확충이 아니라, 대한민국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적 투자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가 답을 해야 한다. 정선군과 강원도민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평창~정선 KTX 사업은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이 노선은 경강선 KTX 평창역에서 분기해 정선역과 사북역까지 56.4㎞를 잇는 단선전철 사업으로, 신설 구간은 24.5㎞에 불과하다. 총 사업비는 1조 원 규모로, 여타 고속철도 사업과 비교할 때 결코 과중하지 않다.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입증된 사업이다.

효과는 명확하다. 현재 3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정선 구간은 1시간 20분대로 단축된다. 이는 관광객 증가를 넘어 인구 유입, 물류 혁신, 지역 산업 활성화를 견인하는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수도권과 강원남부를 직접 잇는 고속 교통망은 단순한 편의 차원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을 지키는 생존선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실험대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 역시 말로만 균형을 외치고 실제 정책에서 외면한다면, 폐광 지역 주민들의 절망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평창~정선 KTX는 균형발전 의지를 실천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사업이다. 산업화 시대에 나라를 지탱했던 땅에, 이제는 미래 산업과 관광, 생활을 지탱할 철도를 돌려주어야 한다.

◇평창~정선 KTX 신설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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