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가 20일부터 사상 초유의 제한급수 조치에 들어갔다. 즉, 시 전역의 가구에 대해 계량기 50%를 잠그는 방식으로 급수를 제한하고, 상황 악화 시 75%까지 잠글 수 있다는 계획도 내놨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21.8%로 떨어진 데다 향후 뚜렷한 강수 예보조차 없는 심각한 상황이 그 배경이다.
단순한 가뭄을 넘어 기후위기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다. 문제는 단기적인 물 부족만이 아니다. 강릉시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현재의 저수량은 25일치에 불과하다. 이대로면 10일 안팎으로 추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시는 농업용수 1만 톤을 생활용수로 전환하고, 인근 지자체인 평창·동해·양양에서 급수 지원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 대책으로 관정 개발, 지하저류댐 설치, 상수도 관망 현대화 등도 추진 중이다. 강릉시의 선제적 대응은 적절하다. 제한급수는 시민 불편이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물 부족 사태를 완화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시는 가구 방문을 통한 동의 절차를 거쳐 계량기 조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협조를 유도하고 있다. 또 특별교부세와 재해대책 예비비를 투입해 남대천 유역 용수 확보 등 단기적인 생활용수 보강에도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은 결국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의 근본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의 일상화에 있다. 최근 강수량 감소는 강릉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이다.
도의 다른 지역 역시 언제든지 동일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근원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 이제는 자치단체 단위의 대처를 넘어선 국가 차원의 전략이 요구된다. 상수도 인프라의 광역화, 유역별 물 관리 통합 체계 구축, 가뭄 예경보 시스템 고도화, 물 재이용 기술의 확대 등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특히 도는 산악·해안·농촌이 혼재된 지역 특성상 기후위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고려한 맞춤형 물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자들의 경고나 미래의 위험이 아니다. 강릉의 제한급수는 이 경고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당장의 불편보다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가 더 중요한 때다.
주민들도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강릉시의 고통이 헛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이 전국적인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