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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초점] 위생 못지 않게 중요한 급식 안전 – 밥 짓는 사람의 안전도 생각할 때다

김기하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의원

학교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영양 가득한 급식이 학생들의 식판 위에 오른다. 우리는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지만, 그 ‘당연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고된 노동과 위험이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교)사, 조리사, 조리 종사원들의 이야기다.

급식실 종사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다. 그럼에도 급식 현장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급식실은 뜨거운 증기와 기름, 강한 세제, 미끄러운 바닥, 무거운 짐과 장비들로 가득하다. 실제로 가장 많은 부상이 화상과 근골격계 질환이며, 보호장비를 착용했음에도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위생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규정은 엄격하지만,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장비나 환경 기준은 부족하다.

급식실에서는 식재료의 전처리, 조리, 후처리의 일방향 동선이 최선이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 등을 통해 앞치마와 장갑 등을 과정별로 갈아입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조리 시간은 더 촉박해지고, 결국 작업자가 무리하게 일을 해야 한다.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들어진 이론 중심의 매뉴얼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급식실 시설에 관한 안전지침’을 보면 작업의 흐름에 맞는 일방향 동선 배치를 통해 건조 구역, 물기 허용구역과 조리기구가 사용되는 고온구역 등은 물론이고 휴게실의 위치까지 예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을 만족하려면 사실상 건물을 다시 짓는 방법 밖에 없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급식·조리시설에 이 정도의 공간을 할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정한 안전은 현장을 제대로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필자가 참석한 지난 7월 동해지역 영양(교)사들의 정책간담회에서도 비슷한 현실이 지적됐다. 특히,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조리실 환기시설 개선사업의 문제는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단체급식시설 환기에 관한 기술지침’ 이 있기는 하나 기계장비와 관련한 기술 문서를 영양(교)사가 이해하고 게다가 사업 발주까지 맡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사업은 조사 대상자 1,758명 중 3명이 폐암 확진 그리고 707명이 폐암의심, 폐결절 등 폐 관련 질환 의심이라는 결과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2022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폐암 검진결과’에도 불구하고 2024년 말까지 사업 진행률이 40%대에 머물고 있다.

특수학교, 유치원 등 근로 강도가 높은 영역의 조리 종사자에 대한 인력 배치 기준 및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급식 내용과 횟수에 차이가 있는 유치원,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에 대한 전보점수 가점 혜택 등을 검토해야 한다.

학교급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교육이다. 학생들이 건강한 식문화를 체험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배워나가는 자리이다. 그렇다면 그 교육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급식실 환경에 특화된 안전 기준과 시설 매뉴얼 정립, 환기시설, 보호장비, 세척장비 등의 체계적 지원, 작업복 등 지급품의 기능성과 통일성 확보, 특수학교·유치원 등을 고려한 급식실 인력배치 기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리 종사자와 영양(교)사 당사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공식 단일창구가 마련돼야 한다.

‘음식의 위생’만 지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밥 짓는 사람의 안전’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정시 등교보다 먼저 출근하고, 마지막까지 땀을 닦으며 조리실을 정리하는 이들의 하루가 더 이상 위험으로 얼룩지지 않아야 한다. 그 누구도 밥을 짓다 다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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