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김천시 한 오피스텔에서 일면식도 없는 30대 남성을 살해하고 피해자 휴대전화로 대출까지 받은 '김천 오피스텔 살인사건' 피고인 양정렬(32)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1부(정성욱 부장판사)는 21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또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궁핍한 경제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을 강탈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유족은 큰 충격 속에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탄원서를 여러 차례 제출한 사정을 고려할 때 사형 선고를 고려할 필요성이 적지 않지만 피고인은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불행한 가정 환경에서 성장하면서도 비행 없이 무난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현재까지 아무런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양씨는 지난해 11월 김천의 한 오피스텔에 경비원 행세를 하면서 카드키를 점검해줄 것처럼 속여 피해자 A(사망 당시 31세)씨가 주거지 현관문을 열도록 한 뒤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양씨는 A씨의 신분증과 카드를 이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 수백만원을 결제했으며, 카드 잔액이 바닥나자 A씨의 시신 지문을 휴대전화에 인식시켜 6천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 부모가 연락이 두절된 것을 걱정하며 연락해오자 양씨는 A씨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A씨 행세를 하며 거짓 문자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범행 전 범행도구를 검색하고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등 철저한 살인 계획을 짰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3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양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양정렬의 범행은 단돈 6천만원을 빼앗기 위해 이뤄졌으며 인간이 인간에게 한 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렴치하다"며 "교화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판단해 사형을 구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유족은 "내 아들 살려내라"며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