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석탄으로 불을 밝히고, 시멘트로 건물을 올리며 산업화를 이끈 곳, 바로 삼척이다. 수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의 땀과 눈물이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되었고, 그 희생 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세워졌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바뀌고 석탄의 불이 꺼지자, 삼척은 깊은 상처와 오랜 침체 속에 방치되었다. 폐광의 아픔은 곧 지역주민의 고통이 되었고, 그 고통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국가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말로만 책임을 운운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 행동의 첫걸음은 분명하다. 삼척–강릉 고속화 철도의 예비타당성조사 조기 발표와 신속한 착공. 그 외에 다른 대답은 필요 없다. 제천–삼척 고속도로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예타를 통과하고 성과로 이어졌다. 도로는 뚫렸지만, 철도는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해 왔다. 그러나 그 말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지금 삼척에서 실현해야 한다.
지난날의 희생을 외면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삼척–강릉 구간은 현재 시속 60~70km로 달리는 저속 구간이다. 동해선 전체를 끊어놓은 미싱링크로 방치돼 있다. 1940~60년대 개통된 삼척~강릉 구간은 해안과 산지를 따라 설계되어 굴곡이 심하고 노후화되어, 현재까지도 여전히 시속 60㎞/h 수준으로 운행되고 있다. 450㎞ 구간을 시속 250㎞로 달리도록 설계된 동해안 철도에서 삼척~강릉 저속 운행 구간은 당초의 계획과는 많은 괴리감을 보여주며, ‘고속철’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이용객에게는 불편을 주고 지역주민들에게는 국가균형발전에서 또 제외되었다는 소외감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동해선 전체를 끊어놓고 미싱링크로 방치된 이 노선을 직선화하고 시속 200km급으로 고속화해야만 수도권과 영남을 동시에 연결하는 동해안 경제·관광의 대동맥이 열린다. 빠른 열차가 바다와 산을 가로질러 달릴 때, 동해안은 새로운 심장을 갖게 된다. 이 철도는 단순한 선로가 아니다. 서울과 경기의 시민들이 주말마다 당일로 삼척의 바다를 찾고, 부산과 영남의 관광객들이 동해안의 절경을 즐기게 된다. 새로운 관광 경제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동시에 삼척의 농산물과 바다의 수확물이 수도권과 영남·북으로 실려 나간다. 땅과 바다에서 일군 땀의 결실이 전국의 밥상과 시장에 닿는다. 이 철도는 산업과 관광, 그리고 삶을 함께 이어주는 생명의 통로다.
하지만 이 철도의 가치는 달리는 구간에만 있지 않다. 고속화가 완성되고 나면 남게 될 폐선 구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자리는 반드시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관광 자원화에만 머무르지 말고, 도시의 허파처럼 맑은 공기를 불어넣는 쉼터, 시민들의 안식처로 되살려야 한다. 달릴 때는 경제의 심장이 되고, 멈춘 뒤에는 시민의 허파가 되어야 한다.
철도가 지역경제를 살리고 동시에 시민들의 일상에 휴식을 줄 때, 그 가치가 완성된다.
삼척–강릉 고속화 철도는 단순한 숙원사업이 아니다. 삼척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고, 국가는 반드시 져야 할 의무이다. 삼척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삼척시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더 이상 미루지 마라. 지금 당장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조속히 착공해야 한다. 그 것만이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고, 삼척 시민이 받아야 할 최소한의 정의이다.
삼척–강릉 고속화 철도는 과거 희생을 기억하는 길이며, 미래 균형발전을 여는 길이다. 이제 국가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